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자리를 비운 26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저지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삼권 분립에 따른 의회 예산권 침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45표, 반대 182표로 가결했다. 하원은 이날 표결을 통해 정부 지출에 의회가 갖는 권한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는 평가다.
이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건국의 아버지들에겐 위대한 비전이 있었다. 그들은 왕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이 권력 분립의 심장이자 영혼인 헌법을 만든 이유"라고 역설했다.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찬성표도 13표 나온 사실을 감안할 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도 이번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비상사태 저지 결의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 고유권한인 거부권(veto)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건설을 강행할 수 있겠지만 이를 둘러싼 의회의 반발과 그로 인한 정국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미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를 저지하기 위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자신이 요구한 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새 예산안에 반영하는 데 반대하자,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예산을 전용하기 위해 이달 앞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