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하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州) 법무장관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베세라 장관은 "미국에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며 "대통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경솔하게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하자 야당 소속의 주지사가 곧바로 법적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비난하면서 진정한 비상사태는 지난해 재난 역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산불 사고'라고 지적했다.
뉴섬 주지사는 연방 재해 복구비를 기다리고 있는 이재민들과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피해는 안중에 없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국경 장벽 건설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캘리포니아주 외 네바다주와 뉴멕시코주, 뉴욕주 등 주지사도 소송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비자 권익 관련 싱크탱크인 '퍼블릭 시티즌'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예산 전용을 막겠다며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대통령을 고소하고 나섰다.
매체는 "트럼프는 대선 핵심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를 둘러싸고 많은 법적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첫 소송 사례"라고 전했다.
민주당 역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발하며 대통령의 의회 예산권 침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의 국가비상사태 권한 행사를 막으려는 움직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마련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폭력조직, 인신매매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라며 "오늘 국가비상사태 선포(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지난 3주 동안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후 예산안 협의회를 가동해 현 회계연도 예산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공화당과 민주당은 국경장벽 건설 비용 13억7500만 달러(약 1조5530억 6250만원)를 반영한 예산안에 합의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예산으로 57억 달러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대선 핵심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을 포기하면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외신이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경장벽 건설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의 첫 승부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1976년 제정된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라 이를 선포하면 의회의 견제없이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다른 부처와 기관의 자금을 끌어다 장벽 건설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회의 동의 없이 이를 추진할 수 없다면서 강력히 반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