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최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최근 한국 근로소득세의 특징' 논문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논문은 국세청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제공한 2013∼2016년 근로소득세 1000 분위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결과를 내놨다.
20일 이 논문에 따르면 수츠지수로 파악할 경우 한국 근로소득세의 누진성은 2013년 0.561에서 2014년 0.597로 상승했다. 하지만 2015년 0.587, 2016년 0.580으로 낮아졌다.
수츠지수는 각 납세자의 소득 비중 대비 조세 부담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다. 조세 제도의 불평등 개선 효과가 클수록 수츠지수는 1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효과가 떨어질수록 -1과 근접한 수준을 보인다.
분석 결과 2014년 조세 제도의 불평등 개선 효과가 가장 컸던 것이다. 당시 정부는 최고세율(38%)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고 일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소득공제는 근로자의 총급여에서 특정 항목에 쓴 돈을 비용으로 인정해 차감하는 방식이다. 보통 소득이 많을수록 연말정산 환급 혜택이 많다.
반면 세액공제는 총급여를 그대로 소득으로 인정하고 산출된 세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공제항목에 쓴 돈이 많거나 소득이 높은 근로자가 불리하다.
이태환 연구위원은 "2015∼2016년에는 세율 적용 구간이 고정됐고 공제 제도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어 조세 제도의 불평등도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소득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로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작을수록 소득 분배가 평등함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세전소득, 세후소득 모두 2013∼2016년 점차 하락했다.
다만 이태환 연구위원은 "2015∼2016년 세후소득 지니계수가 하락한 것은 조세 구조 변화보다는 세전소득 분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세전소득 지니계수를 2013∼2016년 4개년을 통합해 0.474로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세후소득 지니계수는 2013년 0.456에서 2014년 0.454로 떨어진 뒤 2015∼2016년에도 0.454를 유지했다.
그는 "근로소득세 납세자의 세전소득 분포 때문에 소득세 세율 구조 자체의 누진성이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며 "조세정책 입안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