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문희상 의장 “초당적 訪美 외교 성과는 美의회 비관 여론 바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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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5당 지도부와 5박 8일 순방…‘한·미동맹 세일즈’ 의원외교

펠로시 의장 “호프풀(hopeful)”…직접 쓴 ‘만절필동’ 휘호 선물도

일본 위안부 발언 논란에 “할 얘기 했을 뿐…사과는 그들이 해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큰 변화 아닌 새로운 변화 시작점 될 것”

문희상 국회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호텔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미와 관련해 "A++를 줄 수 있는 성공적인 순방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미국 조야(朝野) 인사들이 비관적인 생각에서 희망적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국 의회 간의 잦은 소통이 곧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문희상 국회의장(74)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 호텔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의회가 미국 조야를 만나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방미(訪美)였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지난 10일부터 5박 8일간 여야 5당 지도부들로 구성된 국회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순방에 나섰다. 사상 첫 초당적 대미 외교였다.

특히 문 의장이 평소 강조해 온 의원외교의 개념이 ‘한·미동맹 세일즈’로 까지 확장된 것이다.

부담도 있었다. 국회가 ‘올스톱’된 상태에서 일주일가량 입법부 수장과 여야 지도부가 여의도를 비워야 됐기 때문이다.

또한 방미 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질타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굵직한 인사들과의 만남을 진행하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대북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일관된 입장을 전달했다.

문 의장은 방미 순방을 준비하면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각계 전문가들을 만나서 ‘사전 공부’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을 마치고 기자와 만나서는 “시험을 치른 것 같다”며 그동안의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 의장은 이번 방미의 점수를 묻는 질문에 “어느 하나 아쉬운 대목이 없었다”면서 “대표단 모두 ‘A++’를 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다음은 문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

-이번 방미 성과와 의미는.

“지금 미국 조야에서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정성이 없고,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제1차 북·미회담의 성과도 없었고, 2차 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여야 없이 (미국에) 와서 얘기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성공했다고 본다. 한국에 있는 주요 정당 대표들이 모조리 온 것 아니냐. 한민족의 숙원이 달린 엄청난 문제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오는 27~28일 이틀간 열린다. 이 사실에 대해서 우리가 느끼는 절박함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반응은 어땠나.

“‘안티 트럼프’의 정상에 서 있는 게 펠로시 의장인데 그의 입에서 ‘여러분 희망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비아냥거리는 조가 아니었다. 호프풀(hopeful)이라는 표현을 쓸 때의 분위기는 ‘이제 충분히 이해가 됐다’는 뉘앙스였다.”

-의례적인 인사로 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너무 진지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절절하게 답변하니까 계속 질문을 하더라. 상황이 옛날 북한 기준으로 말하면,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는 다른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20년 전에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에 김정일을 만났을 때 북한을 기억하고 있더라. 그 시절을 가정하고 논리전개를 하는 거다. 우린 시대가 바뀌었다고 얘기했다.”

-방미 기간 중 아쉬웠던 점은.

“아쉬운 것은 전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했다.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 온 거라 놀랄 일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인기가 좋았다면, 미국 조야(朝野)에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셧다운 등 각종 부정적인 이슈에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별도의 대표단을 꾸려 일부 개별 일정을 소화한 것에 대해선.

“사전에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하라고 했다. 대신 국회에서 (별도 일정에 대해) 일체의 비용을 줄 수는 없다. 바쁜 일정에도 워싱턴 일정을 모두 함께 해주려고 애를 쓰더라. 강석호 한국당 의원 같은 경우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라 LA 일정까지 참석했다. 강 의원 본인의 의지와 생각도 있었겠지만, 한국당 입장에서는 최대한 배려했다고 생각한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 중에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평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정착 1세대인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은 사람이다. 두 사람은 3, 4년차에 남북 정상회담을 겨우 만들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정권교체로 대북 문제에 있어서 지난 9년간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1, 2년에 만들어냈다. 하물며 1년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3번이나 만났다. 남북 간의 만남이 일상화된 것은 정말 엄청난 변화다. 적어도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사명감이 있고 그만큼 준비가 된 인물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가, 담대한 결단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미국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대북 강경론의 대명사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으로 거래해서 담판을 짓겠다는 것 아니냐. 김정은 위원장도 아버지 세대들과 다른 인물이다. 지금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이유는 생존전략이다. 핵이 없으면 망한다고 생각하고 정권 유지를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국과 멀어지는 전략을 써서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결정적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이 했다면, 그 연결고리는 문 대통령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라고 규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2차 북·미 회담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오는 27, 28일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의 큰 시작이 될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호텔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0년 전부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면서 "역사의 법정에는 시효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미국 순방기간에 의도치 않게 일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이슈들이 따라다녔다.

“그냥 나는 내가 할 얘기를 다 했을 뿐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고 했는데 손가락이 삐뚤어졌다고 비난하는 모양새다. 내가 얘기한 본질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랑 똑같다. 난 고(故) 김종필 전 총리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오래 한 사람이다. 위안부 문제는 마음이 담긴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마디가 중요하다. 역사의 법정에는 시효가 없다. 전쟁과 인륜에 관한 범죄란 말이다. 그 문제에 무슨 시효가 있고, 합의서를 써서 주고 받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지금 양국 간 체결했던 각종 합의서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합의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역사적 범죄의 피해자인 할머니들만 남은 것이다.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께도 여쭤봤는데 돈은 필요없다는 거다. 사과를 원했다. 독일은 지금도 한다. 아베 총리가 하든지 아님 일왕이 사과하란 말이다.“

-늘 하던 얘기인데 왜 이 시점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확산되고 있다고 보나.

“간단하게 말하면 아베의 정략적 사고다. 이 남북 간 평화 흐름에 어떻게든 끼어들어 ‘훈수’라도 둘 생각을 해야지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본이 정치 쟁점화해선 안 된다. 내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한·미동맹과 함께 한·미·일 공조가 아쉽다는 얘기로 들린다.

“맞다. 기본적으로 난 일본에 애착이 있는 사람이고 일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힘을 합쳐서 한·미·일 공조를 튼튼히 해야 될 시기에 우리를 건드려서 무슨 덕을 보겠다는 거냐. 일본이 좀 더 크고 넓게 봐야 한다. 한마디로 일본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말이 적당한 것 같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일본 역할도 분명히 있다. 

-방미 중에 2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를 기대했는데 무산됐다.

“지금 대한민국이 정말 큰일났다. 이렇게 하면 촛불을 들고 국회 앞에 모일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크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논의가 조금이라도 됐나.

“조금씩은 했는데 홍영표 원내대표가 빠지면서 어렵게 됐다. 원래 임시국회 일정 합의가 안 되면 안 오려고 했는데 국제적 약속이라 온 거다. 돌아가면 (임시국회를) 바로 열어야 한다.”

-선거제 개혁 등 밀린 현안이 많지 않나.

“사법개혁특위, 정개특위에서 나오는 선거구제하고 사법개혁이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미국 현지에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이 대표와 어느 정도까지 의견을 나눴나.

“난 기본적으로 낙관론자다.(웃음) 상당한 의견 접근을 했고,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개혁이다. 국회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정치개혁은 백날 해도 소용이 없다. 선거제를 고쳤는데 국회가 일을 안 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국내 현안 중에 법관 탄핵 문제에 대한 생각은.
“법관들이 탄핵돼야 할 문제가 있으면, 대한민국 헌법의 규정대로 탄핵하면 된다. 다만, 법적으로 단순히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아주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회의장이라 무소속이고, 당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각과 관련해 일각에서 ‘중진 차출론’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문성이 인정된다면 말릴 필요도 없는 거고, 당 내에 전문가가 아주 없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대신 다음 총선에는 안 나온다는 약속이 있어야 된다. 그리고 반드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그냥 상식적인 얘기다.”

-이번 순방 중 결정적인 장면 하나만 꼽아 달라. 또 전체적인 점수를 매긴다면.

“역시 결정적인 장면은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이다. 역시 노련했고, 우리에 대한 사전 공부도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수는 ‘A++’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싶다.(웃음)”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자신이 직접 쓴 휘호를 선물로 전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은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생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청와대 정무수석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한·일 의원연맹 회장 △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문재인 대통령 일본 특사 △14·16∼20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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