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미국)=김봉철 기자 nicebong@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 방미(訪美) 대표단은 12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미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며 이틀째 ‘한·미동맹 세일즈’ 의원외교 행보를 이어나갔다.
문 의장은 인사말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대한민국 5000만 국민과 북한 3000만 국민을 합친 8000만 한민족이 명운을 걸고 지켜보는 중대한 행사”라며 “이를 앞두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대한민국 5당 대표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각 교섭단체 간사들과 함께 이 자리에 왔다”고 방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와 안보의 최고 중심 가치이며 알파요, 오메가라고 생각한다”며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통일이 된 이후라도 한·미동맹은 계속돼야 하고, 동북아 평화와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 주둔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단은 워싱턴 레이먼 빌딩에서 열린 미국 내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코커스와 한국연구모임(CSGK)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오찬에는 하원에서 민주당 아미 베라·루벤 가예고·앤디 김 의원, 공화당 마이크 켈리·조 윌슨 의원이 참석했다.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베라 의원은 “두 나라는 자유와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를 가치로 두고 있는 국가”라며 “두 나라 간 관계는 앞으로도 과거와 같이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고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켈리 의원도 ‘감사합니다’라는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뒤 “한·미처럼 가장 많은 것을 공유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없는 것 같다”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있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혈맹국가”라고 한·미동맹 의미를 치켜세웠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도 “우리가 온 목적은 첫째도 한·미동맹 강화, 둘째도 한·미동맹 강화, 셋째도 한·미동맹 강화”라고 양국 간 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오후에는 워싱턴D.C.에 있는 국회의사당 하원의장 집무실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을 면담했다.
펠로시 의장은 최근 한·일 양국 간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위안부 문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피해를 겪은 그분들을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은 (한국과의) 합의를 잘 존중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한국 측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그분(위안부 피해자)들을 도와드리려고 한다”고도 했다. 다만, 일본과 한국과의 ‘합의’가 정확히 어떤 합의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또한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 한인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미동맹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인사회는 우리 가족이자, 경제의 일부”라며 “그들의 애국심과 자긍심이 미국을 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화두로 떠올랐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방북(訪北)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을 본 것이 (한반도 비핵화) 회의론의 한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과 이해찬·정동영 대표 등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주한미군 철수·한·미군사훈련 감축·비핵화 전 대북 제재완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문 의장의 방한 요청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모자를 하나 얻어 쓰고 싶다”고 말해 주위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의장은 북한 비핵화의 낙관론으로 자주 소개한 한자성어 ‘만절필동(萬折必東·황하가 만 번을 꺾여 흘러도 결국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이 적힌 친필 휘호를 펠로시 의장에게 선물했다. 아울러 문 의장은 특파원 간담회를 끝으로 이틀째 공식 일정을 마쳤다.
한편 국회 방미 대표단은 지난 10일 5박8일 일정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들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