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들의 악재가 이어져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 최측근들은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젊은 참모진들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해온 동지들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 조작을 시킨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이에 대한 대가로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한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사실상 지난 대선의 댓글 조작에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지사가 관여했다고 본 것으로 정권의 정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다.
김 대변인은 30일 오후 브리핑을 열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청와대는 31일까지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가급적 대응을 삼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권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김 지사, 그리고 지난 대선과 연관돼 있어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지사는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인사다. 2002년 노무현후보 캠프에서부터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담당비서관 등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엔 봉하재단 사무국장도 맡았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대변인 격으로 활동했고, 지난 대선에선 지근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당장 야권에선 정권의 정통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선고 직후 "문 대통령은 불법 부정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얘기"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은 치명타를 입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런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친노·친문계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추락은 더욱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공보비서였던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로 충남지사 직에서 물러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바로 제명됐다.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 드러나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안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상당한 선전을 거두었다. 진보층 뿐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폭 넓은 지지를 얻으며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노무현정부 당시 '좌희정-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핵심 인사였다. 14대 총선 당시 낙선한 노 전 대통령을 도우며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을 했다. 이후 노무현 캠프에서 사무국장과 정무팀장을 맡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안 전 지사는 16대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하기도 했다.
친노·친문 핵심인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지난 16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송 전 비서관은 충북 충주 시그너스컨트리클럽에 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급여 명목으로 약 7년 동안 2억 9000여만원을 받아 정치 활동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비서관이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약 200만원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지만 사례비로 볼 수 있어 무혐의로 처리했다.
송 전 비서관 역시 친노·친문 핵심 인사다. 노 전 대통령이 의원을 하던 시절 비서관에서 시작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하던 시절엔 장관실 사무관을 지냈다. 이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사회조정 2비서관 등을 지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엔 제1부속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이후 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이밖에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파문도 있다. 김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몸 담지는 않았지만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의 핵심 조직이었던 '광흥창팀'에서 당선을 도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해 11월 종로구 효자동에서 술에 취한 채 100m 가량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벌금 400만원에 약식 기소된 상태다.
앞서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도 지난 28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50~60대는 산에 가거나 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김 전 보좌관은 논란 다음날인 29일 출근 직후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