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19’를 집약한 행사가 한국에서도 열렸다. 여러 사정으로 CES에 가지 못한 이들도 첨단 기술을 관람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실제 CES 전시장과 비교하면 규모가 턱없이 작지만, 미국 현지에서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은 주요 제품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이에 적용된 디스플레이와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주요 기술 트렌드까지 엿볼 수 있다.
지난 29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한국 전자·IT산업 융합전시회’가 시작됐다.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이달 초 미국 CES 2019에서 소개된 핵심 제품과 기술을 한국에서 다시 선보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CES 2019에 대한 관련 기업과 기술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이같은 행사를 열 수 없느냐고 제안한 것이 시초다.
◆ OLED : 화질 경쟁 넘어 휘는 디스플레이까지
이번 CES에서 OLED는 화질뿐만 아니라 형태 변형에 대한 혁신 기술이 공개됐다. LG전자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TV 'LG 시그니처 OLED TV R'를 전시했다. 한 대 밖에 전시하지 않아 미국 현지처럼 춤을 추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으나, 마음대로 말았다 펼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삼성전자는 CES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98형 ‘퀀텀닷(QLED) 8K TV’를 가져왔다. 압도적 크기와 화질로 현지에서 호평을 받은 제품이다. 8K는 영상 포맷의 가로 해상도가 약 8000픽셀로, 현존하는 최고의 해상도다. 모바일 제품은 갤럭시노트9, 갤럭시탭S4 등 기존 출시된 제품 위주로 전시했다.
◆ 5G : VR·AR·홀로그램 등 대용량 실감형 콘텐츠의 등장
CES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이었다. 5G는 4G 대비 통신속도가 최대 20배 이상 빠르고 지연속도는 거의 없는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의 수는 100만대에 달할 정도로 처리 용량이 커, 모든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기반이 된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5G 시대와 함께 미국은 수익성이 더 높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시킬 큰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옥수수 소셜 VR △홀로박스 등 5G 기반의 미래형 콘텐츠를 전시했다. 관람객은 5G 시대에 시간, 공간, 상상력 등의 한계가 사라질 차세대 엔터테인먼트를 체험할 수 있다. 홀로그램은 사람 모습을 한 아바타가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관람객과 대화했다.
◆ 로봇 :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한 로봇의 정체는
올해 CES는 물류업에서 활용될 운송용 로봇뿐만 아니라 산업용 로봇 등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기술법인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로봇팔과 이동·위치 기술 플랫폼 xDM 등으로 CES에 첫 출전했다. 그중에서 부스 중앙에서 관람객을 맞이한 로봇팔 ‘앰비덱스’는 로봇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스 홍 UCLA 교수가 현지 네이버 부스를 찾아 극찬한 제품이기도 하다. 앰비덱스는 5G 초저지연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뇌 없는 로봇’이다. 지연속도가 낮으면 클라우드를 통한 제어가 가능하다. 사람과 악수하고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로 정밀하다.
앰비덱스는 한국판 CES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영예를 얻었다. 문 대통령은 앰비덱스의 절도 있는 경례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웨어러블 로봇 'GEMS'와 LG전자 웨어러블 로봇 '클로이 수트봇'을 전시했다. 양사의 로봇은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한편 CES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과 제품, 비즈니스 모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자율주행 상용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미국 현지에서 미래형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전시 제품이 한국에 오지 못해 아쉽게도 전시에 참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