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쇼크' 亞시장까지 직격탄...납품망 취약성 경고

2019-01-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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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TSMC, 日니덱 등 실적 전망치 낮춰

전문가 "일부 지역에 생산·판매 쏠린 탓"

[사진=EPA·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2019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0~12월) 매출 전망치를 종전보다 5~9% 낮췄다. 애플의 매출 전망치 하향조정은 15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여파로 이 회사 주가가 이튿날 장중 10% 가까이 폭락했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애플 쇼크는 '차이나 쇼크'에서 비롯됐다. 쿡 CEO는 편지에서 매출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중국을 거론했다. 그는 "주요 신흥시장에 일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특히 중국의 경기감속 정도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성장둔화가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는 얘기다.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쿡 CEO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 여건에 큰 충격을 줬다며, 중국 스마트폰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을 강타한 '차이나 쇼크'는 애플 하청업체들도 위협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와 아이폰용 진동모터를 만드는 일본 정밀모터 메이커 니덱 등이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춰 잡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나가모리 시게노부 니덱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성장둔화로 망연자실했다며 "우리는 범상치 않은 변화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웨이저자 TSMC CEO도 같은 날 회견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고급 스마트폰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올해 1분기 매출이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산업이 올해 1% 성장하는 데 그치고, 파운드리 부문은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의 로라 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무역전쟁이 많은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며 "이는 수요와 기업환경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TSMC가 이미 고용을 동결하는 등 비용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장비시장의 큰손이기도 한 TSMC는 올해 설비투자액도 축소했다. 이 회사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차세대(5G) 이동통신기술이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며 이 부문에 계속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애플 쇼크와 차이나 쇼크가 스마트폰을 둘러싼 글로벌 납품망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중국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이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 과도한 생산·판매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둔화로 애플이 직격탄을 맞으면 하청업체들도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마트폰은 한국이나 베트남에서 생산한 메모리반도체와 말레이시아·대만 등지의 시스템반도체, 한국·일본의 디스플레이 등을 대개 중국에서 조립해 만든다.

양대 아이폰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이 최근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새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스마트폰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던 2017년 10월 대만의 전체 수출에서 스마트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3%를 넘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이 비중이 각각 17%, 16%나 됐다. 중국 수출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한 비중 역시 6%에 달했다. 스마트폰이 아시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경제의 취약성도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 주요 업체들은 스마트폰 가격 인상과 관련 서비스 개발 등을 통해 실적을 떠받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애플 쇼크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 관련 업체 132곳 가운데 52%가 비용이 5%만 늘어도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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