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제징용 배상판결, 레이더-초계기 갈등으로 격화되면서 한·일 관계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논란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게다가 외교안보전략에서 한국 패싱을 공고히 하겠다는 속내까지 드러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8일 국회(중‧참의원) 새해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남북미중 간 한반도 평화무드 흐름 속에서 일본 패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면서도 여러 이슈가 얽혀있는 한국과의 관계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는 양국 간 국제 약속,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한다”는 시정연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날 일본경제신문(닛케이)과 도쿄TV가 닛케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27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에게 무작위 전화를 걸어 조사(990명 답변·응답률 44.4%)한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이 53%를 기록해 작년 12월 조사 때와 비교해 6%포인트나 급등했다.
아베 총리는 주요 지지층인 보수층 결집을 꾀하는 동시에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고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올해 발의해 국민투표에서 통과시킨 뒤 내년 시행하려 하고 있다. 그 분수령이 될 올해 4월 통일지방선거,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일관계 경색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고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 양국 정상이 만나서 정치적으로 실마리를 찾긴 힘들다”면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감정을 정리한 후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며 외교당국이나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2011년 후 이어지지 못한 양국 정상 간 회담을 하는 식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베 총리의 가장 큰 약점은 일본 패싱이라고 본다. 아베 총리가 북·미 간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도움을 주기보다는 항상 방해를 하고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킴으로써 일본이 계속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