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점차 산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을 기본으로 하는 안(案)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22일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해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석패율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례대표 100석의 배분은 100% 연동제보다 연동 수준을 낮춘 △준연동제 △복합연동제 △보정연동제 중 하나의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문제는 현행 지역구 의석(253석) 가운데 53석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라지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여권 내부에서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안이 53석을 줄인다는 건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2(지역구):1(비례)로 하자는 정신은 좋은데 200 : 100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촌 지역구가 훨씬 더 많이 사라지게 된다. 거의 한참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지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당시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당시 지역구 인구 편차를 2:1 이내로 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선거구 획정을 논의했다. 농·어촌 지역구가 상당수 사라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 대표실을 점거하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7석 늘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구 축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 마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전제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꺼내들면서 논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의 도입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도의 정합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를 검토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권을 제약하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으로선 받아 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바른미래당은 양당의 이런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손학규 대표는 '손다방'을 운영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한 상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안과 관련 "지난 5명 원내대표 합의안에서 대단히 후퇴되고 왜곡된 내용으로 돼 있다"며 "한 마디로 무늬만 연동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가짜 연동형'이라고 평가한다"면서 "이것은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무시한 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의원수 증원에 대해 국민적 반감이 큰 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민들에게 별다른 소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올인하다보니 손혜원 민주당 의원의 투기 의혹 등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6%대를 맴돌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는) 1월 안에 끝내야 한다. 2월이 되면 (당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라며 "당 지지율을 10%까지는 끌어올려야 뭐가 될텐데 그게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당 안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지지율이 안 나오는데) 이게 된다고 우리에게 뭐가 득이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