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종 조율이 빠르면 이번주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만남이 한반도의 봄을 재촉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아시아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2인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한 뒤 빠르면 1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요 며칠 새 드러난 정황은 WP 보도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일본 언론들이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2월 베트남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가 지난 주말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시기는 조율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다만 두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이 임박했다는 정황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 부위원장이 17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미국 워싱턴DC로 직행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17일 오후 6시25분 베이징을 떠나 워싱턴DC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UA808편 티켓을 발권했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이 동행한다.
북한 관리가 대표부가 있는 뉴욕을 거치지 않고 미국 수도로 직행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해 5월 중국 항공기(에어차이나)를 타고 첫 방미에 나선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 미국 국적기를 이용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김 부위원장이 유나이티드항공 UA808편에 탑승하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17일 오후 6시50분에 덜레스공항에 도착한다. 이 일정대로라면, 이튿날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하고, 같은 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면 18일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일정 등을 발표할 수 있다는 WP의 보도 내용과 맞물린다.
일각에선 김 부위원장이 방미 일정을 2박3일로 하루 더 연장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주도해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7일 베이징에서 스웨덴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상은 북한 내 대미 관계 및 비핵화 협상 실무 책임자로 1차 북·미 정상회의를 위한 실무협상 때도 북한 측 대표를 맡았다. 스웨덴은 북·미 간 1.5트랙(반민·반관) 접촉 장소로 활용돼 왔으며,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열릴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돼왔다.
최 부상의 스웨덴행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첫 실무협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양측(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진전을 이루면 미국 관리들이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첫 실무협상이 개최되길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 성과가 좋으면 곧바로 실무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 실무협상 채널은 비건 대표가 임명된 지난 8월 이후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WP는 김 부위원장의 방미 자체가 가진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여전히 여행제한을 비롯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인 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미국 고위급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장본인이다.
전문가들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라고 지적한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라는 것이다.
WP는 외교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존 볼튼 국가안보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무장관 등 보좌진이 핵무기 폐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우려했지만 무시해왔다고 전했다. 북한이 트럼프와의 직접 대화를 선호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