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이 정치적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영국 하원에서 15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230표차로 부결되면서다. 영국 정부는 3개회일 이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론이 짙다. 자칫 영국이 무작정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당장 불신임안에 직면해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은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와 미래관계 정치선언 대한 승인투표를 실시, 반대 432표, 찬성 202표로 부결시켰다. 반대가 절대 다수였다. 영국 하원 표결에서 역대 가장 큰 득표차다. 집권여당인 노동당에서조차 100표 이상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영국은 당장 3월 29일 EU를 탈퇴해야 한다. 새로운 탈퇴 조건을 마련하지 못하면 무작정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대다수의 의원들은 노딜 브렉시트만은 피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EU와 단호한 이별을 원하는 강경파와 EU 탈퇴를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잔류파까지 의회 내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메이 총리는 표결 결과가 발표된 뒤 “하원이 이 합의안을 지지하는 않는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오늘 밤 투표는 하원이 무엇을 지지하는지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이어 3월 29일 이대로 EU와 합의 없이 영국을 이탈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통해 확인된 국민의 의사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EU는 7월까지 브렉시트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메이 정부는 아직까지는 연기를 요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야가 함께 논의해 합의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 논의는 17일 시작될 것이며 여기에서 제출된 의견을 EU에 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단 메이 총리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코 앞에 닥친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노동당은 15일 합의안 부결 직후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14일 안에 새 내각에 대한 신임안에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초기 신호를 볼 때 메이 총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나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들은 합의안에는 반대했으나 신임 투표에서는 메이 총리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로 '제2 국민투표'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2일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번 협상안이 부결될 경우 가장 나은 대안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