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 침제와 소비하락, 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부산의 허리로 버팀목이 되었던 소상공인들이 힘에 겨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을 위해, 소상공인이 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부산 지역 골목과 거리에 대한 유래와 역사, 그 속에서 시민들의 애환과 희락을 함께 해 온 지역 소상공인 업체, 맛집, 등 탐방으로 소개함으로써 상생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 거리, 맞집’ 주목이라는 특집을 마련해 보았다.<편집자 주>
1917년 11월 10일 부산부 동구 범일정 700번지(현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에 조선방직이 설립됐으며, 1922년부터 조업을 개시했다. 화재로 주요 건물이 소실되고, 1930년 조선방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전개하는 등 해방 전까지 최대의 방직 공장으로 성장했다.
해방 이후, 1946년 한일실업공사로 사명이 변경되었다가, 1947년 다시 조선방직공사로 개칭됐다. 그 후 수많은 관리인이 부임하고, 회사가 인수합병되기도 하면서, 역경을 껶었다. 그러다가 1968년 4월 막대한 부채를 안은 채 부산직할시에 인수되었으며, 1969년 7월 부산직할시가 법인 청산 절차를 밟아 조선방직을 공식 해산시켰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조선방직공사가 있었던 범일동 일대는 노동자들과 상인들로 가득했고, 자연스레 ‘먹자골목’처럼 형성됐다. ‘조방 낙지’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경제 교류의 장이자,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만큼, 조방 거리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낙지, 생선구이, 돼지국밥, 매운 떡볶이, 일식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곳이다.
조방거리는 먹거리 외에 다양한 업종들이 거리를 지키며 생계를 유지하는 ‘부산 동구 시장 경제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방경제인연합회에 등록된 상인 수가 5-6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곳 조방거리도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관할당국에서도 '보행자 없는 거리', '빛 축제', 등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특히, 이 곳은 40대 이상이 즐겨 찾는 곳으로, 젊은 층의 유입이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다.
계절마다. 매일 음식이 다른 ‘소확행 메뉴’
이러한 부산 범일동 조방거리의 심장부에는 일식요리전문점인 ‘다께(竹)’는 2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께 사장인 신정철씨는 지난 1983년부터 조방에서 일식으로 명성을 이어 온 ‘조방 지킴이’로 통한다.
최근 들어 술 종류와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일본 음식점인 이자카야(居酒屋)가 일본 요리의 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다께는 가이세키 요리(会席 料理)로 승부를 건다.
가이세키 요리는 연회나 결혼식 등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마련하는 예절을 갖춘 일본식 정찬 요리로, 다께도 이러한 정신으로 일식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가이세키 요리는 무로마치 시대에 형성된 혼젠요리(本膳料理)가 그 기원으로, 절차와 종류를 간소화해서 만들어졌다. 가이세키 요리는 보통 1즙3채(一汁三菜), 1즙5채(一汁五菜), 2즙5채(二汁五菜) 등으로 구성된다.
요리에 포함되는 개별 요리는 기본적으로 계절에 어울리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며, 식재료가 가진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와 양념의 사용은 최대한 절제한 것으로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일품이다.
또한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 전통식 숙소인 '료칸'에서 먹어야 제 맛을 살리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다케’의 실내도 ‘료칸’과 홀, 그리고 바 형식의 다찌 등 200여 석으로 마련되어 있다.
신정철 사장은 “다께는 일본식 전통 코스 요리를 계절에 맞게 드실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계절마다 요리 재료가 다른 만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맛은 다르다. 생선도 계절마다 다른 만큼, 어종도 다양하게 내놓는다. 특히 겨울철 방어종류와 복 요리 코스는 별미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의 설명처럼, 다께는 봄에는 광어, 도미, 돌돔, 참치, 방어, 복어, 등 다양한 생선회를 즐길 수 있으며, 봄에는 쑥국, 가을철에는 자연산 송이, 등 제철에 맞는 야채와 계절 음식으로 구성된, 15가지 이상의 코스 요리로 손님들에게 정성을 내놓는다.
또한 다께의 매력은 매일 메뉴가 다르다는 점이다. 오늘은 도미, 내일은 광어, 모레는 참치 등 그날 그날마다 신선한 메뉴를 선택하고, 그날의 스페셜 코스를 마련,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과 맛, 그리고 예절, 정성을 자랑하는 다케도 요즘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점심, 저녁으로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최근 들어 ‘조방 거리’에 손님들이 줄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대형 음식점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다께에도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신정철 사장은 “경기가 좋을 때는 많은 분들이 일식집을 찾았지만, 높은 객단가로 인해, 차츰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중, 저가이지만, 일본 전통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코스도 준비해, 손님들에게 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에 발맞춰, 다께도 비싸다는 인식을 없앨 수 있는 ‘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육수도 남다르게 만들어 보고, 음식의 색을 위해서 치자를 넣기도 하고, 일본식 카레의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일본식 우동도 개발하는 등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신정철 사장은 “조방거리가 활성화 되어야 우리 상인들이 다 웃을 수 있다. 젊은 층이 예전에 비해, 늘어났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메뉴도 개발하고, 기존의 고객들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나부터 솔선수범해 조방거리 살리기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올곧으면서 절개를 지키는 대나무(竹 )"처럼, 다께는 일본 전통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로 오늘도 삶의 존폐를 놓고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다양한 먹거리와 이야기꺼리가 있는 100년 전통의 ‘조방 거리’. 그 속 ‘조방 상인’들은 치열하고 고된 삶의 체험 현장을 이어 가고 있다. 그 삶 속에서 ‘웃음 꽃이 피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