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생명보험업계에서 유일한 오너 대표로, 자산 100조원이 넘는 교보생명의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하는 다른 보험사 오너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교보맨' 부사장과 전무들이 교보생명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에서도 신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이 유지되는지 미지수다. 교보생명 이사회는 신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사외이사가 교보생명 이사회에서 신 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모습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 회장의 숙원인 은행업 진출이 매번 이사회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가 활발히 정책 결정에 관여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 교보생명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나 2016년 우리은행 과점주주 참여에서 누구보다 유력한 플레이어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사회 논의 단계에서 포기해야 했다.
그렇다고 교보생명 이사회에 신 회장의 아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내 등기임원인 이석기 부사장과 허정도 전무는 교보생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신 회장의 1차 지원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중 나머지 2명도 신 회장의 아군으로 분류된다. 공인회계사인 이중효 사외이사는 2000년대 교보금융그룹의 재단인 대산농촌재단과 교보교육재단 이사장을 연이어 역임했다. 황성식 사외이사 역시 교보생명과 교보문고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신 회장의 의중을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 같은 구도는 계열사인 교보증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교보증권 이사회는 사내 등기임원 1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2008년부터 5차례 걸쳐 연임에 성공한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이 이사회의 구심점과 동시에 대주주 신 회장의 비전을 실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유삼 사외이사도 교보생명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신 회장 및 회사 입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같은 사외이사인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 김동환 페이퍼코리아 사외이사는 신 회장의 복심을 이해하기보다는 회사의 정책을 적절히 견제하는 역할로 알려져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FI 출신 사외이사가 있어 밖에서 보기에 분열된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며 "오히려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이사회가 잘 돌아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