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의 장남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서울대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1978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후 1987년부터 1995년까지 10년 가까이 서울대 산부인과 교수로 일했다. 금융사 대주주 가운데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이력이다.
신 회장이 서울대 의대교수로 일하던 시기, 훗날 교보금융그룹의 고위 임원이 된 대다수는 서울대 캠퍼스에서 공부했다. 이들은 신 회장이 교보생명 경영에 참여하게 된 1996년을 전후로 교보생명에 입사, 20~30년 동안 신 회장과 손발을 맞춰 일하며 '교보맨'으로 성장했다.
본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교보금융그룹의 계열사인 교보생명과 교보증권·교보악사자산운용·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임원 43명의 프로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학력 부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전체 임원 43명 중 7명(16.28%)이 서울대 출신으로 다른 금융그룹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교보금융그룹의 자산과 순이익의 90% 이상을 책임지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해당하는 핵심 계열사 교보생명에서 서울대 출신 임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교보생명의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 5명 중 4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 사내 등기임원인 신 회장, 이석기 부회장, 허정도 전무 모두 서울대를 졸업했다. 그야말로 회사의 주요 보직을 서울대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부사장과 허 전무 등 1960~1965년생 교보생명 서울대 출신 임원들은 신 회장이 서울대 교수로 일하던 시기에 함께 캠퍼스를 밟았다.
서울대 출신을 제외하면 연세대와 동국대, 영남대를 졸업한 임원이 많았다. 다음으로 전남대와 조선대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 해외에서 학업을 마친 임원도 상당수였다.
전공을 살펴보면 경제·회계를 전공한 임원이 11명, 경영 5명, 수학 4명, 통계·금융 관련 2명, 계리 1명으로 과반수가 금융이나 경제·경영 관련 전공으로 조사됐다. IT 분야 임원은 전자공학 전공자가 많았다. 무역 전공자도 상당수로 집계됐다.
임원들의 경력 면에서는 금융 계열사 간 차이가 나타났다. 교보생명에서는 대부분 임원이 10년 이상 교보생명이나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은 '교보맨'으로 조사됐다. 사내 등기이사인 허 전무는 1990년 교보생명에 입사했고, 이 부사장도 2009년 사내이사로 선임되기 수년 전부터 교보생명 재무팀을 이끌어왔다.
반면 교보증권은 김해준 사장부터 2005년 교보금융그룹에 합류하기 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증권)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그 외 교보증권 임원 70%가량이 외부에서 경력을 쌓고 교보에 합류했다.
비상장 계열사인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 KCA손해사정의 임원 대부분은 교보생명에서 경력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줄리안 맥킨지(Julian McKenzie) 부대표는 교보금융그룹 계열사 고위 임원(사외이사 제외) 중 유일한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다만 줄리안 부대표는 주로 악사금융그룹에서 경력을 쌓았기에 교보금융그룹 일원으로 보기 적절치 않아 분석에서 제외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서울대는 우리나라 최고 대학으로 어느 금융사나 서울대 출신 임원이 많을 것"이라며 "교보금융그룹 모든 계열사가 서울대를 특별히 선호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