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공장 점검을 위한 방북 승인을 촉구하고 나섰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맞춰 입주기업들이 전면에 나서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재개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7번째 방북 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개성공단 재개가 불투명하다면 공단을 정리하고, 기업들에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간 (개성공단 재개라는) 희망 고문을 견뎌 왔는데,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개성 내 공장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창근 개성공단 재개준비TF단장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3년이 다 돼 간다”며 “평창 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남북공동연락소 설치 등으로 개성에 바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불발됐다. 기업들은 희망 고문의 끝자락에 서 있다”고 호소했다.
신 대표공동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개성공단 시설물과 재산이 잘 관리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입주기업들에) 준비하라고 했는데, 100여 일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작년 10월 말에도 방북이 이야기되면서 동선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격 순연(順延)됐다”고 말했다.
작년 10월에는 개성공단 비대위의 방북신청과 별도로 정부가 북한과 협의를 통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돌연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기업인들은 정부로부터 "시기적으로 여건이 맞지 않다"는 말만 들었을 뿐 이에 대한 배경 설명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공동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방북신청이 3차례 불허됐고, 현 정부에서도 3차례 유보됐다. 지난 10월은 잠시 미루는 순연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번에 7번째 방북신청을 하는데,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 작년부터 이어온 남북관계의 여정이 결과로서 승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재개가 장기화되고, 방북도 힘들다면 차라리 공단을 정리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더 이상 희망 고문을 하지 말고, 정부 정책 결정에 따라 피해를 입은 기업에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주장이다.
정기섭 공동위원장은 “관광을 가자는 것이 아니고, 설비 점검과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의도인데, 이번에도 방문을 허용하지 않으면 통일부가 개성공단 재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 중에는 개성공단이 재개되길 바라지만, 계속 표류하면 차라리 공단이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한다. 공단을 완전히 폐쇄하고, 기업이 입은 피해를 정당히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