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안보 위기를 제기하면서 멕시코 국경안보 건설의 당위성을 호소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은 이날 연설의 내용을 두고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과 다른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온 불법이민자들로 인한 범죄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안보 위기론을 부각시켰다. 각종 통계와 수치들인 미국에서의 심각한 범죄 및 안보 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매주 300명의 사망자는 내는 헤로인 중 90%가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며 장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17년 헤로인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주 평균 300명에 달했다. 그러나 WP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헤로인을 불법 이민자들이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면서 국경장벽이 마약의 불법거래를 막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당초 물리적 장벽을 지지했었다가 자신이 당선된 뒤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6년 민주당 상원의원 26명은 700마일(약 1125km) 길이의 국경 울타리를 세우는 법안에 찬성한 적이 있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공약한 것은 1000마일에 걸친 콘크리트 장벽 건설로 민주당이 과거 찬성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을 위한 비용 중 일부가 멕시코와의 새로운 무역합의에서 충당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이 아직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으며, 통과되더라도 미국이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는 관세 인하나 임금 상승 등이며, 장벽 건설 비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멕시코 장벽을 지을 때 비용을 멕시코가 치르게 하겠다고 공약했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상황을 안보 위기로 부각시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매체는 2000년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 이민을 시도한 사람이 160만 명으로 최대를 찍은 뒤 이후 9/11 사태 후 안보 강화와 기술 발달로 점차 감소 추세를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이민자는 줄어들고 미국의 국경안보요원들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