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강호갑 회장 임기를 2달여 앞둔 현재까지 차기 회장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관상 강 회장이 10대 회장직에 오를 수는 없지만, 후임자가 없을 경우 2월 이후에도 강 회장이 중견련을 이끌면서 회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8일 중견기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오는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애초 문규영 전 수석부회장(아주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했지만, 작년 9월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마땅한 적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 회장 후보자 없는 중견련···대한상의, 중기중앙회와 대조
중견련 정관상 회장직은 한 번의 연임만 가능하다. 강 회장의 경우 2013년 2월 8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2016년 연임했다. 현 규정대로라면 강 회장은 다시 회장으로 선출될 수 없다.
중견련 회장은 정회원 2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임원 중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거쳐 최종 의결로 선출한다. 문 전 수석부회장이 사임한 이후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원익 상근부회장은 강 회장을 오랫동안 보좌하면서 중견련을 함께 이끌어왔지만, 규정상 후보가 될 수 없다.
중견기업을 대표하는 중견련은 경제4단체 중 하나지만, 회장직은 ‘희생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 회원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는 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중앙회 등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회장직을 맡아도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니까 후보자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차기 회장으로 생각했던 수석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다른 임원이 회장으로 나서는 상황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안 없으면 다시 강 회장 체제···본인 수락 여부 불투명
중견련 회장 및 부회장단은 이달 중으로 모임을 갖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도 차기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정관을 개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회 연임만 가능한 제한 규정을 완화하면 강 회장의 추가 임기 수행이 가능하다. 정관 개정은 이사회 의결과 정기총회 최종 의결 사항이다.
정관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차기 회장이 나올 때까지 강 회장이 직무수행을 이어가는 방법도 있다. 중견련은 차기 회장이 선출되지 않은 경우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현 회장이 직무수행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강 회장 입장에서는 별도 임기를 정하지 않아 부담이 적고, 정관 개정도 필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다만, 강 회장이 6년이라는 기간 동안 회장을 맡은 상황에서 추가로 회장 직무를 수행하려고 할지는 불투명하다.
중견련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달 중으로 임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지 않을까 싶다”며 “정관은 총회를 거쳐 변경할 수는 있지만, (강 회장이 계속 중견련을 이끄는 문제는) 개인 의사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