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 불안은 증폭됐다. 하지만 2019년 새해를 코 앞에 두고 미·중 정상이 통화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내보내면서 내년 양국 갈등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부푸는 분위기다. 이번 통화는 지난 1일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의 첫 공개접촉이다.
중국은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정상 간 통화가 미·중 관계 개선의 긍정적인 조짐이라며 환영했다. 양국은 내년 초 본격적인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통화 소식을 전하고 미·중 정상이 양국 관계를 크게 중시하고 있다며 관계 개선에 뜻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또, "중·미 협상단이 함께 노력해 조속히 양국 모두에게 이롭고 세계에 긍정적인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내년이 양국 수교 40주년임을 언급하고 협력 강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중·미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며 미국과 협력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찬성한다"면서 "미국과 함께 지난 40년간의 경험을 모아 경제·무역, 국방, 법집행, 마약퇴치, 지방정부 및 인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중대 국제 이슈와 역내 문제와 관련해 소통하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호 중대 이익을 존중하고 협상·협력·안정을 기초로 하는 양국 관계를 만들어 양국 인민과 각국 인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안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의 이러한 의견에 동조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나는 시 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며 양국 협상단이 나와 시 주석이 아르헨티나 정상회담에서 뜻을 모은 중대 의견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관련 협상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이것이 양국 국민과 세계 각국 국민에 이롭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언론은 두 정상의 통화를 반기면서도 경계심은 거두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0일 '미·중 정상통화, 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이는 좋은 소식임이 분명하다"면서 "양국 정상이 뜻을 모아 미국과 중국 인민들, 나아가 세계에 신년 선물을 줄 수 있을 듯하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양국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언행을 많이 했고 양국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후 미국이 곧바로 부정적인 언행을 내놓기도 했다"면서 "미국 협상단이 전력을 다해 시일 내 양국 모두에게 이로운 결론을 도출하려 할 것인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관영언론인 중국중앙(CC)TV와 인민일보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미국의 무역공격에 대응할 뜻을 재차 밝히면서도 협력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고 인민망이 29일 보도했다.
왕 부장은 이날 미·중 무역갈등 관련 질문을 받자 "무역전쟁은 미국이 일으킨 것으로 이러한 일방주의적 행보는 양국 이익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의 정당한 이익과 민족의 존엄성, 발전할 권리를 수호하고자 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이 최근 협상·협력·안정을 기반으로 하는 미·중 관계 구축에 합의했고 이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건설적인 논의를 벌이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협력과 호혜상생의 목표도 확실히 세웠다고 강조했다. 내년이 미·중 수교 40주년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협력만이 유일한 올바른 선택지라고도 했다.
왕 국무위원은 "공자가 '40세가 되면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는다)'이라고 했다"면서 "중·미 수교 40년간 얻은 교훈과 깨달음은 '협력이 양국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 다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냉전적 사고는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며 제로섬 게임의 끝은 스스로 상처입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중대 국제이슈 중 하나인 한반도 문제도 언급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시종일관 흔들림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20여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북·미 양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제시한 한반도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중국은 북·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대화해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것을 바라고 또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