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현대차에 시정 권고…"중소기업 악취 제거기술 탈취"

특허청은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제거 전문업체인 '비제이씨'의 미생물 관련 아이디어를 탈취한 '현대자동차'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동법 위반에 따른 비제이씨의 피해를 배상하고, 비제이씨의 미생물제와 실험결과를 도용하여 개발한 미생물제의 생산·사용 중지 및 폐기'를 권고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사진)이 맡았다. [사진=특허청]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중소기업의 기술·아이디어를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은 20일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 제거 전문업체 '비제이씨'의 아이디어를 탈취한 현대차에 부정경쟁방지·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를 배상하고, 비제이씨의 미생물제와 실험결과를 도용해 개발한 미생물제의 생산·사용 중지 및 폐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의 기술·아이디어 탈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후 특허청이 결론 내린 첫 번째 시정 권고 사례다.

현대차가 비제이씨의 미생물제와 악취 저감 실험결과를 이 회사 동의 없이 경북대에 전달해 새로운 미생물제를 개발하게 하고, 이를 현대차·경북대의 공동특허로 등록한 행위, 개발된 새로운 미생물제를 도장 부스에서 사용하는 행위가 아이디어 탈취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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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은 "악취 저감 실험에 사용된 비제이씨의 미생물제는 비제이씨가 현대차 공장에 적합하도록 맞춤형으로 주문해 제조된 제품(OE++, FM++)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OE, FM)과는 미생물 구성과 용도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비제이씨가 이들 제품을 다시 희석해 배양하고, 현대차 도장공장 순환수 환경에서 적합성 실험을 거친 뒤 현대차에 공급한 것인 만큼, 비제이씨의 악취 저감 경험과 노하우가 집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제이씨는 실험을 통해 현대차 도장공장의 악취 원인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뿐 아니라 다른 원인물질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런 실험결과를 비제이씨의 허락 없이 현대차가 경북대에 넘김으로써 현대차와 경북대는 악취의 원인을 찾는데 들여야 할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북대가 개발한 미생물제를 구성하는 8종의 VOC 분해 미생물에는 현대차가 무단으로 경북대에 넘긴 비제이씨의 미생물 5종이 포함돼 있다. 산학연구 보고서에 비제이씨 미생물 중 분해성능이 좋은 미생물을 추가해 미생물제를 제조하겠다는 내용도 있어, 경북대가 비제이씨의 미생물을 이용해 개발한 것으로 확인했다.

산학연구에서 새로운 미생물제가 개발됨에 따라 현대차는 2004년부터 비제이씨와 맺어왔던 미생물제에 대한 거래 관계를 2015년 5월에 중단했다. 이 사안으로 비제이씨가 문제를 제기하고 분쟁이 시작되자 비제이씨가 납품하던 화학제품 계약도 지난해 6월 중단했다.

이런 방법으로 개발된 미생물제는 비제이씨가 공급하던 미생물제를 대체해 현대차와의 납품계약을 종료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현대차는 비제이씨의 미생물제를 비제이씨의 이익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특허청의 입장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특허청이 전문성을 발휘해서 기술·아이디어 탈취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특허청의 시정권고 판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당사는 비제이씨의 아이디어를 부정 사용하지 않았으며 민사소송 1심에서 승소해서 베제이씨의 기술을 탈취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며 "현재 진행중인 민사소송 2심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