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비롯한 3개 위원회가 출범 이후, 단 한 건의 연구용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두 곳은 5년짜리 '한시적 위원회'였다.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은 정부의 각종 위원회가 혈세낭비의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이들 위원회에 투입한 예산은 한 위원회당 연간 30억∼40억원 규모다. 수십억원대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지 않은 셈이다. 정책의 과실은 없고 사공만 많다는 얘기다.
28일 정부 정책연구데이터베이스 '온-나라정책연구'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정책기획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등 3곳이 출범 후 완료한 연구용역 과제는 '제로'(O)였다.
이 가운데 정책위원회를 제외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이상 2022년 8월까지) 등 두 곳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위원회다.
소관 부처별로 보면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기획위원회는 행정안전부, 북방경제위원회는 기획재정부에 속한다.
이들 위원회의 출범 시기가 1년 정도 지났다는 점을 감안해도 완료한 연구용역이 없었다는 점은 일단 조직만 만들고 보자는 '위원회 공화국'의 민낯이란 비판 지점과 맞닿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부가 만든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연구용역 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 불필요한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업무 중복과 혈세 낭비의 피해는 국민 몫"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예산 100억원대··· "사공만 많은 꼴"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출범 이후 이날까지 '소득주도 성장과 여성 일자리 연계방안 연구' 등 19건의 연구용역을 완료했다.
그 이전에 만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와 올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업확산 방안 및 모델 연구' 등 5건의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업무중복 문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4차 산업혁명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마친 연구용역은 31건에 달했다.
이 중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한 우리나라 지식재산 전략' 등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실시했다.
이에 따라 '과도한 예산배정' 문제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용역 제로인 위원회 3곳에 투입 예정인 내년도 예산은 100억원을 웃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43억7000만원) △정책기획위원회(39억5600만원) △북방경제협력위원회(28억5200만원) 등의 순이다.
국회 한 보좌관은 "대통령 위원회가 비대해진 것은 결국 정부의 관료 불신 탓이 크다"며 "정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위원회 공화국'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