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는 배우 이나영(39)이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아픈 과거를 숨기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14년 만에 그녀를 찾아온 아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이나영은 탈북 여성인 엄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6년이라는 공백 기간을 거친 그는 한층 더 깊어진 감정 연기와 모성에 대한 이해로 시사회 후 많은 호평을 거두기도 했다.
아주경제는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뷰티풀 데이즈’의 주인공 이나영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연기, 배우로서의 삶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쉬려고 쉰 건 아니었다. 누가 그런 계획을 세우겠나. 하하하. 작품을 잘 만나고 싶었던 거 같다.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작품, 이야기하고 싶었고 찾고 있었다.
-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구분 짓는 것도 웃기지만 ‘이야기’라는 걸 건네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구성이나 분위기 엔딩의 느낌 등등 제가 좋아하는 풍의 영화기도 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사무실에서 읽고 마음속으로 (영화 출연에 관해) 90%는 확정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궁금해서 만나보고 싶었다. 감독님은 모성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런 부분이 제일 궁금했었던 것 같다.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감독님의 전작인 다큐멘터리들을 보니 알겠더라. 탈북 여성을 소재 삼아 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탈북 여성이자 엄마 역할인데 부담은 없었나?
- 앞서 말했듯 저는 이런 작품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부담이 없었다. 좋아하는 걸 내보일 때 보는 이들이 편하면 되는 거니까. 어색해 보이지는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6년의 공백을 가졌고 엄마 역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에 대해서도 큰 걱정은 없었다. 최근 다양한 소재와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엄마 역도 각각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까.
연변 사투리부터 중국어 등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는데
-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감정에 이입하고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튀지 않아야 했다. 외적으로도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수수하게 잘 묻어나오는 게 중요한 거다. 그 조율이 굉장히 어려웠다. 가끔은 너무 ‘딱’이어서 배제되기도 하고. 너무 캐릭터 같고 정형화된 이미지도 피하려고 했다.
돌아온 현장은 어땠나? 현장으로 가기 전과 가고 나서의 느낌
- 인터뷰도 그렇지만 겪으면서 ‘아, 맞아 이런 느낌이었지’하고 깨닫고 있다. 세포들이 살아나는 것 같다. ‘뷰티풀 데이즈’가 워낙 예산이 적고 15회차 안에 끝나니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서…. 어딘지 긴장감이 감돌기도 하고. 이전 현장과 다른 점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현장에서 어떤 준비를 하는 편인가?
- 현장에 가기 전에 미리 감정선이나 이미지들을 떠올리는 편이다. 감정을 잘 집중하면 되니까. 특히 엄마 역은 10대, 20대, 30대를 표현하면서 어려운 감정들이 더러 이었다. 현재 30대의 엄마가 아들이 찾아왔을 때 덤덤하게 대하는 게 어떤 식의 표현이 필요한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이 여성의 역사를 보니 어떤 일이 닥쳐도 덤덤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연은 아니더라도 담담하게. 마음속에 눌러서 눈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애인 역으로 등장한 서현우가 이나영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다. ‘연기하는 대로 맞출 테니 마음껏 해보라는 식’이었다던데
- 저도 (서)현우 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실 윤 감독님과 이 애인 역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속 모든 상황은 엄마가 선택 ‘당한’ 것이지만 유일하게 엄마가 선택 ‘한’ 것은 애인밖에 없지 않나.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엄마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이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애인이 권투선수라는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지는 않을지 고민했지만 현우 씨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관객들로 하여금 ‘저런 남자가 있어서 고맙다’는 느낌이 들게 하지 않나. 성질이 있어 보이나 따듯한 느낌도 있고. 또 황사장 역의 (이)유준 씨도 작위적일 수 있는 설정에 현실성을 부여해주었다. 눈빛이 어쩜 그렇게 잘 바뀌는지. 감탄하면서 봤다. 유준 씨는 유난히 마음이 약해서 신을 다 찍고 나면 ‘엄마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 회차가 적은 작품이라 대화도 많이 못 나눴는데 서로 힘을 주면서 따듯하게 찍었던 거 같다.
아들 젠첸 역의 장동윤은 어땠나?
- 동선 리허설할 때 뵈었는데 보이는 그대로였다. 듬직하고 정직한 느낌. 중국어를 처음 배웠다는데 굉장히 잘 해내더라. 14년 만에 만난다는 설정이라서 대화를 많이 나눌 기회도 없었다. 혹시 긴장할까 싶어서 동윤 씨에게 말을 시키고 싶었는데 워낙 감정의 높낮이가 큰 캐릭터라 저 때문에 감정을 깰까 봐 벽만 보고 있었다.
그런 어색함이 오히려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 그럴지도 모르겠다. 교감을 많이 해서 친해지는 것보다도 이 어색함과 서먹함이 같이 드러나는 게 극 중 상황과도 잘 어울리니까.
영화도 드라마도 최근작들에서 모성을 이야기할 일이 많아졌다. 결혼과 아이가 이나영에게 변화를 준 점이 있나?
- 배우로서는 없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상황, 공간 등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가 생기면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던데
- 아직은 크게 못 느끼는 것 같다. 아이 때문에 작품 선택에 제한이 생긴다던가 그런 일도 아직 없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이나영은 어떤 모습인가?
- 잘 모르겠다. 저도 저를 잘 모르겠다. 오히려 타인이 그걸 정해서 말해주는 것 같다. ‘너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할 거야’라는 식으로. 나는 꽤나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저의 방향을 말해주면 ‘아, 내가 그랬나?’ 하는 식이다. 굳이 방향이나 성질에 관해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많이 드러나는 게 없으니까. ‘신비주의’라고도 불렸었고
- 신비주의에 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지. 사실 뭐가 없는데도.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에 이어 다음은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있다
- tvN 드라마 ‘로맨스 별책부록’을 준비 중이다. ‘뷰티풀 데이즈’를 찍고 나니까 다음 작품까지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진 거 같기도 하고 드라마 대본도 정말 좋았다. 밝은데 둘의 관계는 애틋하기도 하고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출판사 이야기라서 개인적인 흥미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