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여행사 上]여행객은 느는데…종합 여행사 '초비상'

2018-11-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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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여행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 김민희씨(가명·35세)의 휴대폰 안에는 글로벌 여행사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하게 설치돼 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한 정보는 물론 항공 및 숙박, 할인상품, 여행지 별 티켓까지 모두 앱 하나로 해결한다.
김민희 씨는 “물론 처음에는 내로라하는 종합 여행사를 통해 여행상품을 예약했지만 온라인 여행사가 훨씬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더 알찬 상품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몇 년 전부터는 온라인여행사만을 이용해 자유여행을 즐긴다”고 귀띔했다.


바야흐로 해외여행 인구 3000만명 시대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지속 증가 추세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해 해외로 떠나는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종합 여행사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 종합 여행사의 ‘굼뜸’이 여행사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여행자는 느는데, 여행사 이용률은 감소..위기의 종합 여행사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가 집계한 관광통계공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해외로 떠난 내국인 수는 251만986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대비 5.6% 성장한 수치다.

반면 한국여행업협회(회장 양무승)에 따르면 올해 8월, 여행사를 통해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 수는 152만7353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 감소했다.

8월은 7월과 함께 여행업계 최대 성수기로 손꼽히는 달이다. 여행사를 통한 상품 이용객 수는 반비례 현상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 연구한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서도 두드러졌다.

눈여겨볼 점은 여행사 부동의 1위인 하나투어에도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하나투어 선호율은 2016년도 상반기 32%에서 올해 상반기 26%로, 2년새 6%포인트 하락했다.

모두투어를 비롯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인터파크투어 역시 ±1%포인트 범위 내에서 미세한 변화를 보였다.

‘선호여행사 없다’고 응답한 비중도 2016년 상반기 24%에서 올해 상반기 33%로 9%포인트 나 증가했다. 많은 해외여행 계획자가 종합 여행사의 대안으로 개별여행과 OTA 이용 등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굴지의 여행사도 폐업...OTA에 밀리고 치이는 종합 여행사

36년 역사를 자랑하는 탑항공이 10월 초 공식 폐업했다.

1982년 설립해 2000년대 중반까지 전국에 150개 이상의 지점을 두며 승승장구했던 여행사의 폐업 소식은 여행업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e온누리여행사와 더좋은여행 등 중소 여행사 두 곳이 연달아 폐업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뤄진 폐업이라 더더욱 그렇다.

업계에서는 “여행사의 줄도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방자치단체에 여행업으로 등록된 여행사 중 250여곳이 문을 닫았다.

여행사들은 문을 닫기 직전까지 홈쇼핑 판매를 진행했으나 부진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예약 부진을 겪으면서 사실상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이처럼 그간 여행업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종합 여행사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반면 온라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OTA(온라인여행사)는 한국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다양 방법으로 한국 여행시장 특수성을 극복하고,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발맞춰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수요와 자본 이동이 OTA시장으로 이동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종합 여행사들은 여전히 패키지 상품을 중심으로 한 매출 보존에만 주력하고 있다. OTA와의 자본 및 기술 격차만 벌리는 꼴이다.

실제로 국내 해외여행객의 70%가 숙박 예약을 온라인 여행사에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토종 여행사를 통해 숙박을 예약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OTA가 항공권까지 그 영역을 넓히면서 종합여행들은 항공권 판매 실적마저 부진을 겪고 있다.

대표 OTA인 익스피디아는 모바일 거래량과 성장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꼽고 공략을 가속화한단 계획이다.

◆종합 여행사, 비상경영체제 돌입 등 위기 인식

악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종합 여행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곳이 하나투어다. 

하나투어는 10월 중순 부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영업비, 마케팅비, 홍보비 명목의 예산을 절반으로 감액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비단 종합 여행사만의 위기는 아니"라면서 "여행시장 전반이 위기"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 토종 온라인여행사로 손꼽히던 호텔 조인도 계속된 경영난에 지난 3월 결국 영업을 중지([단독]호텔조인, 경영난에 결국 영업 중지…예약자들 환불요청 '쇄도')한 바 있다. 

그 관계자는 "기존의 위기상황과는 다른 분위기다.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은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인원 감축, 임금 조정 등 대신 단기적 홍보 마케팅 비용 절감을 선택하고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플랫폼 구축 등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비상경영체제는 올해 연말까지는 지속된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최근 온라인여행사 등이 밀려오면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고 시장이 변하다보니 위기감이 들고 이 부분이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모두투어의 경우 올해도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업황 자체가 안좋다보니 예의주시하고 있고 시스템 측면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랑풍선도 올해 경영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노랑풍선 측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신사업 확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서울시티투어버스 운영사인 서울투어버스여행(주)을 인수한 데 이어 10월에는 일본 후쿠오카에 일본현지법인설립을 완료했다. 신사업 확장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의지다.

최근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총원의 5% 가량 권고사직을  단행한 여행박사는 다 페이코 간편결제, 쿠폰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사업을 전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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