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급변하는 세계경제…글로벌 전략 새 판 짜라”

2018-11-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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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무역전쟁‧환율 등 수많은 변수 상존

경제성장 예측 어려워…신남방‧북방정책 등 완성도 높이는 것 중요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세계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외경제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을 KIEP가 제시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사진=배군득 기자]


“세계경제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이다.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향후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 세계경제 전망치가 올해 초보다 낮아지면서 신흥국 위기가 현실화되는 부분을 우려한 대목이다.
그동안 대외변수에 취약했던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세계경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 등 대외경제정책 완성도를 높여야 한국경제 체질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위태로운 세계경제…내년이 성장과 둔화 ‘변곡점’

이 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2일 발간한 ‘2019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올해 3.7%보다 0.2%p 하락한 3.5%로 전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작년과 올해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강하게 나타났으나, 내년에는 세제개혁 효과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재정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글로벌 통화긴축 △통상분쟁의 심화 △신흥국 금융불안 등을 꼽았다. 이런 리스크가 내년부터 일부 가시화되면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원장은 “미·중 통상분쟁이 국가간 장기전략 충돌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런 대외 여건들은 글로벌교역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우리 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부문의 수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세계경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대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기회요인도 얻었다. 북한 비핵화가 진전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돼 남북한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에는 분명한 기회라는 것이 이 원장의 분석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북한…남·북경협 진전 있을까

현재 북한이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북한 도발이 리스크를 높이는 방향으로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현재는 대북투자 혹은 남·북 경협이 한국경제에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구상,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등 남·북 경협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이 원장은 “만약 여건이 조성돼 남·북 경협을 추진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공간 확장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나아가 북방 유라시아 대륙과 시장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 경협의 추진시기와 속도, 내용 등은 대북제재 해제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북한 비핵화 논의와 북·미 관계 정상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인도적·학술적 차원에서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산림협력 등이 추진되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교류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10‧4 선언에서 합의했던 다양한 경협안을 추진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제재 하에서 추진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실행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예를 들어 남·북 경협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협을 위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지금의 남·북 교류협력 관련법과 제도는 남·북한이 대립과 반목을 넘어, 작은 규모의 남·북 경협사업이라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기반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 경협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어, 이를 보장하는 새로운 법과 제도적 기반이 필요한 상황임을 역설했다.

이 원장은 “남·북한 간에 법적·제도적 기반을 협의하고 개선하는 것은 제재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고, 미래 남·북 경협 활성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작업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신북방정책, 일방통행보다 상호협력으로 내실화 다져야

이재영 원장은 취임 전부터 유라시아 국가 분석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었다. 문 정부 들어 신북방정책 추진은 그의 역량을 활용할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북방정책에 들이는 열정은 누구보다 강하다.

그는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제시했다”며 “이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번영 실현 △동북아를 넘어선 외교 및 경제영토 확장 △국가들과 연계성 및 통합성 강화 △대외경제 다변화와 신성장동력 창출 등을 토대로, 한국의 대외적인 국가 위상 증대와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신북방정책이 성공하려면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우선 제도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협력체계 구축과 정책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7일 출범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을 통해 가시적인 사업성과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민관협력 강화, 즉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북방협력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방지역을 대상으로, 기존과 차별화된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부분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우리의 비교우위 경쟁력(산업고도화 및 상품화 역량, IT 등과 같은 혁신 기술 등)과 상대국 협력 수요(△현지화 △수입대체산업 육성 △산업다각화 △경제현대화 등)를 반영한 협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말해 북방경제공간의 권역별(동부·서부·중부) 특성과 우리의 강점, 재원조달 계획의 현실성 등을 면밀히 고려한 지속성과 확산성(가치사슬 연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한반도와 동북아정세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방안도 신북방정책의 과제다. 특히 북한 비핵화 과정의 진전 여부에 따라 양자 및 다자, 초국경 경제협력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 원장은 “구체적으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접근법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남‧북‧러 3각협력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며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 개성공단과 나선 특구에 한국과 러시아 기업의 합작 진출, 극동지역 개발사업에 남·북·러 공동 참여, 선도개발구역 등 경제특구 진출 한국기업의 북한 인력 활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목했다.

◆중장기 한국경제 키 포인트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이 경제영토 확장이라면, 신남방정책은 중장기 한국경제의 먹거리를 좌우할 중요한 대외경제정책이다. 굳이 비중을 놓고 본다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남방정책이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KIEP도 이 같은 견해에 이견이 없다. 신남방정책 핵심 협력대상인 아세안과 인도는 북방지역과 달리, 우리 기업이 이미 대거 진출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남방지역과 북방지역에 대한 정책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우리 기업이 신남방정책 기수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정책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외교를 토대로 신남방정책이 추진되면서 올해 아세안과 교역은 15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아세안과 교역액이 사상 최고치인 약 146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를 초과하는 수치다.

이는 신남방정책과 함께 아세안과 교역이 괄목할 만큼 증대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미‧중 통상분쟁이 지속되면서 대외여건이 어려워진 만큼, 아세안 시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역이라는 인식이다.

이 원장은 “미·중 통상분쟁 속에서도 최근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베트남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며 “특히 대미, 대중 수출은 13.0%, 29.6%, 신발류 총수출 및 대미, 대중 수출은 각각 10.2%, 13.5%, 28.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내년 신남방정책에서 눈여겨볼 키워드로 ‘한-아세안 관계수립 30주년’과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를 꼽았다.

이 원장은 “관계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고, 그 자리에서 신남방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및 향후 나아갈 방향을 심도있게 모색해야 한다”며 “또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태국과 새로운 소다자협력체제 기반을 형성하고, 안정적인 협력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 대외경제 전문기관 ‘KIEP’

KIEP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이다. 그동안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 등 대외경제정책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거뒀다.

특히 △북방지역 주요 연구기관과 네트워크 구축 △한-러시아 및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 FTA 공동 연구 진행 및 세미나 개최 △한-몽 경제동반자협정(EPA) 공동연구 및 몽골 정부관계자 대상 통상교육 실시 △신북방정책 관련 국제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신북방정책 추진 방향과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대외변수 영향을 줄여나가는 한편, 다양한 지역 및 국가와의 다차원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KIEP는 최전방에서 척후병 역할은 물론 정부를 지원하는 작전참모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최근 들어 국제문제는 통상과 안보, 사회 이슈가 혼재하고 있다. 종합적이며 전략적인 대외정책 개발이 중요해진 시기”라며 “원내는 물론 우리 원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연구 역량을 잘 결집해 창의적이고 선제적인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1964년 △경남 양산 △한양대 경영학 학사 및 석사 △모스크바국립대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 및 옥스퍼드대 방문학자 △한국유라시아학회 회장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문가 자문위원 △現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現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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