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괜찮았던 2~3년 전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최근 도래하면서 마이너스 피(프리미엄) 단지가 속출하고 있어요. 게다가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새 아파트에 들어가야 하는데 가격을 낮춰도 집이 안 팔려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경상남도 김해 A공인중개사사무소)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이 신음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묻는 질문에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다수는 약속한 듯 "엉망진창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경기의 숨통은 끊겼고 집값은 바닥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숨이 살아날 기미는 없어 보인다.
◆ 부산 “전세보증금 못 줘 난리…가격 하락 기대감 상당”
부산서 가장 상황이 안 좋은 곳은 기장군으로 “중개업소 3분의 1이 문 닫았다”는 말이 돌 만큼 매물이 쌓이고 있다. 기장군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상황이 아주 최악이다. 집값이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억대로 하락하지는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2000만~3000만원씩 떨어졌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핫한 지역으로 손꼽혔던 해운대 신도시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못 줘서 난리다. 무주택자들이 큰 집으로 이동하려고 해도 보증금을 못 받아 이사를 포기한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팔리지만 1억 낮춰서는 택도 없다”고 말했다.
거래도 뚝 끊겼다. 연산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1600여세대인 연산자이아파트가 한 달에 한 번 거래가 되는 수준으로 8·2대책 이후 거래절벽이다.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커 ‘조금 있으면 더 내리겠지’라는 반응이 상당수다”고 상황을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의 9월말 기준 미분양 물량은 총 2391가구로 전년 동기(720가구) 대비 332% 급증했다.
◆울산·경남 마피 속출…“집 있는 게 죄”
조선업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울산과 경남서는 “최악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울산 남구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사람들이 울산을 다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지갑을 닫았다. 2~3년 전 경기 좋을 때 분양 받은 아파트들의 입주 시기가 도래하면서 살고 있는 집을 헐값에 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입주를 안 하면 과징금이 붙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10일 사전점검을 한 울산 북구 증산동 일동미라주는 마피가 4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자그마한 집 한 채 갖고 있다가 집을 조금 넓히려고 했던 사람들이 죽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는 현대중공업 인원감축으로 외지인들이 나가면서 빈집이 넘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장사하는 사람들도 가게 문 열어봤자 손해만 보니 문을 다 닫았다. 계약기간이 남아 월세는 또 내야하니 막막해한다”며 “중구와 북구서는 1억가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넘친다. 매곡 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3억 초반이었으나 지금은 2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울산은 2015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감소기간을 놓고 보면 전국 최장이다. 울산과 경남 두 지역은 서비스업생산과 소비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
경상남도 김해의 김해센텀두산위브더제니스의 전용 84㎡는 마피가 2000만~2500만원에 달한다. 김해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과거 창원 경제가 활발할 때는 그쪽에서 수용을 못해서 김해 아파트로 많이 왔었다. 지금 김해는 공실률이 어마어마하다. 신규 아파트들 입주가 내년 봄에 몰려 있는데 물량이 넘쳐 큰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권을 팔 때 계약금을 받을 생각은 꿈꾸지도 말아야 한다. 다주택자들은 죽는 게 낫다고들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방이 지난 3~4년간 공급도 늘고 집값이 워낙 올라서 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미분양이 늘고 있는 점에 비춰 지방 집값은 내년에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