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락 또는 침체를 알리는 지표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 경제사령관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 차기 부총리 인선 후보자에 대한 실명까지 거론된 소문이 퍼지면서 경제부총리 교체설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다만 국회의 예산심의가 막 시작된 이달 들어 자칫 시한부 경제부총리로 내몰린 김동연 부총리가 내년 예산을 사수하는 데 힘이 부칠 것으로 우려된다.
김 부총리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지금 상황은 경제 운용을 책임지는 제 책임"이라면서도 "지표가 안 좋아서 많은 국민이 걱정한다. 이 또한 우리가 극복할 일이다. 다만 일자리가 많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동안 김 부총리 교체설은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김 부총리가 나서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엄중한 경제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매진해오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성장 정책방향과 김 부총리의 소신이 상충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소득주도성장론의 중심에 서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은 1년 넘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역시 다소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해명을 곧바로 내놨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시작하면서 경제사령관 교체설이 구체적으로 회자되다 보니, 김 부총리 역시 심경이 복잡하게 됐다.
당장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슈퍼예산안 편성을 놓고 국회가 전례 없는 공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제실적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책임 여부를 떠나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에 대한 정확한 문제 파악과 대책 마련이 됐는지가 우선이며, 이를 토대로 내년 예산안 편성이 효율적 측면에서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