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년만에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양국의 밀착 조짐이 미국과 대만의 분노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아베의 친중적 태도가 중국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환구시보 “중·일 밀착, 대만에게는 두려움”
중국과 일본이 가까워질수록 친일적 태도를 유지하던 대만의 집권당 민진당의 ‘일본카드’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방문 전 아베 총리의 인터뷰가 우려의 불씨를 키웠다. 25일 출국을 앞두고 열린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는 중국이 대만을 중국의 영토라고 명시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허쓰선(何思慎) 대만푸런(輔仁)대학 일본연구센터 주임은 “아베 총리가 1972년 중국과 일본의 우호조약 입장을 재확인 하는 것만으로 대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40여년간 발전시킨 대만과 일본의 관계가 느슨해 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일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3원칙으로 △경쟁에서 협조로 △위협이 아닌 파트너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의 발전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SCMP "아베 친중태도, 트럼프 화나게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이처럼 개선되는 것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무역흑자 축소 요구 등으로 동맹국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일본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 속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서로 해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앞서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안보 이슈에서 중국과 일본을 몰아붙이자 예상 밖의 중·일 관계 해빙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려를 넘어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아베 총리의 친중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 고립화에 열을 올리고 상황에서 일본의 친중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CMP는 “일본이 만약 비시장지위국인 중국과 FTA 등 새로운 무역협상을 할 경우, 미국은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지금 일본에게 누구의 편인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차단하는 조항을 명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내년 1월 일본, 유럽연합(EU)과 개별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중국 배격을 위한 ‘독소조항’을 삽입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26일 리커창 총리 부부 주최 오찬에 이어서 저녁엔 시진핑 주석 부부 주최 만찬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