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장례이행보증제’를 아십니까?

2018-10-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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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상조보증공제조합 이사장

[이병주 상조보증공제조합 이사장 ]


1980년 초 부산·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상조가 우리나라에 진입한 지 약 4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선수금 규모는 5조원대로 증가했고, 가입자 수는 무려 520만명에 달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성장한 시장규모에 비해 제도나 산업의식이 뒤따르지 못해 건전한 상조문화 정착이나 상거래 질서 확립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가 남아 있다.

특히 미래에 서비스를 받는 조건으로 미리 대금을 지불하는 상조계약은 중도에 회사가 폐업할 경우 소비자는 몇 년 동안 납부한 돈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험 때문에 상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상조회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원인이 되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10년 할부거래법을 개정, 상조회사가 도산하더라도 소비자가 납입금의 50%는 돌려받을 수 있도록 모든 선불식 상조회사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대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공제조합으로부터 50% 지급 보증을 받아야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런 규제 장치로 과거에 비해 소비자 보호 장치가 발전했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가입한 상조회사가 부도날 경우 50%를 떼일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이 문제는 2018년 현 시점까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상조회사 부도로 인한 소비자들만의 피해뿐만 아니라, 이런 피해가 이어질 경우 남아 있는 건전한 상조회사들에도 신뢰성에 타격이 발생하고 상조산업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이다.

부실한 상조회사들이 야기한 소비자 피해를 건전한 상조회사들이 떠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탄생한 것이 상조 대체 서비스이다. 즉, 소비자는 자기가 계약한 상조회사가 부도나면 건전한 우량 상조회사로 계약을 이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건전한 상조회사로 갈아타기가 가능하고 그동안 납부한 대금은 모두 인정받는다.

기왕 상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가입한 소비자라면 납입 금액의 50%만 돌려받기보다 부도나 폐업의 위험이 없는 우량 상조회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갈아타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조회원 가입 동기가 절실한 필요보다는 지인의 권유나 거래관계상 필요 등 마지못한 데 따른 것일 수도 있고, 한번 상조회사에 상처 입은 소비자가 다른 상조회사에 대해 쉽게 마음을 열기 어려운 점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상조 대체 서비스 운영주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용을 장려하지 못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폐업한 상조회사가 피해 회원들을 부추겨서 은행이나 공제조합에서 50% 보상금을 받아서 다시 오면 원래 금액에 상당하는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유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자기 회원들에게 100%의 환급 책임이 있는 당사자인 폐업회사가 50%만 받고 모든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하는 자기모순의 그 후안무치함은 어이가 없고 또 이로 인한 소비자 기만과 피해는 얼마나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조 대체 서비스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앞에 설명한 세 종류의 상조 대체 서비스도 그 내용면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계약 대체가 되려면 상품금액, 서비스 내용 등이 원래 계약했던 것과 가능한 유사하면 좋으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맞추기 쉽지 않다 보니 정작 소비자는 선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체 서비스에 참여하는 상조회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이전되는 소비자들로부터 50%를 지급받고 100%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이므로 경영상의 부담이 상당할 수가 있음에도, 업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솔선수범하여 동참하는 그 취지를 인정하고 격려하여야만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의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세 종류의 상조 대체 서비스를 영역별 구분 없이 어떤 대체 상품도 선택 가능하게 통합 운영하고, 대체상품의 종류도 소비자가 원하는 종류의 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상조 대체 서비스는 오직 소비자를 위한 제도임을 강조하고 싶다. 공제조합에서 제도를 운영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조합에는 직접적인 이익이 없다. 조합은 조합사로부터 20% 내외의 담보금을 받지만 폐업 시 50%를 보상하는 보증 책임을 지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조합사 폐업 시 그 회사 고객 한 명당 총 납부금액의 30%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

폐업한 상조회사의 고객이 피해보상금 50%를 받고 떠나든 같은 금액을 대체 서비스 제공 회사로 이전하고 계속 상조 고객으로 남아 있든, 공제조합이 30% 상당의 재산적 손실을 입는 것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물론 상조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면 궁극적으로 공제조합의 손실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논외다

대체 서비스에 참여하는 상조회사들도 당장의 이익이 있어서 참여하는 것이 아님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업계 전체의 신뢰회복이라는 간접적 기여를 위해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누가 가장 관심을 갖고 활성화시켜야 할까? 필자는 소비자보호 사명을 가진 정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불식 할부거래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금년부터 이 부분에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위 주도로 은행예치 및 지급보증 상조업체 대상 대체 서비스인 ‘내상조 그대로’를 론칭하여 시행하고 있고, 국민권익위에서도 상조와 관련한 국민 불편 해소의 주요 핵심 정책으로 대안상품 서비스의 활성화와 질적 개선을 제시한 바 있다

내년 1월이 되면 개정할부거래법에 따라 자본금 15억원을 충족하지 못한 다수 상조업체의 폐업이 예상되고 또 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상조 대체 서비스는 소비자가 피해를 모면할 수 있는 유일·최선의 소비자 보호 제도인데, 소비자가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다. 앞으로 공제조합은 그동안의 낮은 이용률을 대폭 올릴 수 있도록 제도 운영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배려와 지원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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