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온 ‘부채와의 전쟁’이 1년 만에 ‘변곡점’에 맞닥뜨린 모습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충격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다. 경기 부양 압박에 직면한 중국 지도부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정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 강력한 디레버리징···기업 디폴트 등 '역풍'
그만큼 2017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경제 자신감은 충만했다. 중국의 지난해 연 평균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 2016년 GDP 성장률인 6.8%도 웃돌았다. 중국 GDP가 전년보다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었다.
중국은 경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인민은행이 통화 긴축에 나서는 등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초점을 둔 경제정책을 펴나가며 그림자 금융 규제와 단속을 강화했다. 특히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지방 정부와 국유기업이 집중 단속 대상이 됐다. 지난 3월말엔 금융권의 지방정부와 국유기업 대출을 규제하는 통지문까지 발표했다. 지방정부가 GDP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것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부채와의 전쟁은 중국 경제에 디폴트 급증, 실물 경기지표 둔화라는 역풍도 낳았다. 특히 디레버리징으로 국유기업보다는 중소 민영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동성 가뭄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채무를 상환하기도 어려워진 중소 민영기업의 디폴트가 줄줄이 이어진 것. 시장조사업체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민영기업이 전체 디폴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했다. 지방정부 인프라 투자도 급격히 식으면서 올 1~9월 중국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4%로, 23년래 최저치에 근접했다.
◆무역전쟁 타격까지···'부채와의 전쟁' 후퇴하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7월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경제는 심각한 하방 압력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당장 지난 19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5%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발발 이래 최저수준이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중국은 3분기 연속 6.8%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성장률 쇼크’에 올 한해 중국 지도부의 경제성장률 '6.5% 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물론 6.5% 성장률은 중국 지도부가 올 초 세운 목표치에는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경제 성장률은 한층 더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GDP 성장률이 1%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성장률 방어를 위해 중국 지도부는 최근 들어 디레버리징 정책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 완화 정책으로 조금씩 선회하는 모습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15일부터 일부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1% 포인트 인하해 시중에 7500억 위안(약 122조9400억원)의 유동성을 순공급했다. 올 들어서만 벌써 네 차례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안정적이고 중립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를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준율 인하로 은행권 대출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빚에 의존해 경기 부양을 하는 것이란 지적이 흘러나왔다.
미국 CNBC는 19일 무역전쟁으로 중국 지도부가 벌이는 부채와의 전쟁이 후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앤드류 콜리어 홍콩오리엔탈캐피탈리서치 대표는 "중국이 내년 디레버리징 정책을 적극 추진할지 낙관적이지 않다”며 “이로써 중국 부채 수준이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티은행도 최신 보고서를 통해 중국 디레버리징이 잠정 중단되면 중국 GDP 대비 부채율이 연말까지 12.3% 포인트 늘어난 274.5%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소폭 하락한 중국 GDP 대비 총 부채율이 올해 반등할 것이란 이야기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진핑 지도부의 부채와의 전쟁이 1년 만에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