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회계연도의 재정적자가 6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감세 정책으로 세입을 줄인 채 재정지출을 대폭 늘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악화가 금리상승 위험을 높여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같은 기간 세출이 3.2% 늘었지만, 세수가 0.4%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재정적자가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9%로 1년 만에 0.4% 포인트 높아졌다.
재정적자가 늘어난 건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법인세를 비롯한 세금을 줄인 반면 재정지출은 늘린 탓이다. 특히 국방예산을 대폭 늘린 가운데 금리가 뛰면서 국채 이자 비용이 불어나 재정지출 부담이 커졌다.
미국 재무부는 2018회계연도에 부담한 이자만 523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3년 연속 늘면서 2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 2019회계연도에는 9730억 달러에 이르고, 이듬해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넘는 건 2012년 이후 처음이 된다.
2012년은 그나마 미국 경제가 더딘 성장세 속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대침체'에서 벗어나던 시기였지만, 지금처럼 강력한 성장세 속에 재정적자가 느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3.7%로 약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실업률이 지금처럼 4%를 밑돈 마지막 해는 2000년이었는데, 당시는 GDP 대비 2.3%의 재정흑자를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또 실업률이 3.7%였던 1969년에는 세수가 22% 늘면서 GDP의 0.3% 수준의 재정흑자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재정 성적표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중간선거(11월 6일)를 앞두고 난처한 입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종종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정적자를 늘렸다고 비판했다. 2012년에는 의회가 재정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의원들의 재선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곧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감세와 규제완화로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면 세수가 늘어 재정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월 올 하반기 국채 발행액이 7690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하반기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빚으로 재정적자를 메우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