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R&D가 국가경쟁력]농업R&D 매년 13조원 생산 기여…취업유발 40만명

2018-10-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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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가 일본품종이던 딸기…10년 만에 국산이 93% 차지

[연합뉴스]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때 일본 여성 컬링팀이 한국 딸기맛을 칭찬하면서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런데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딸기를 사먹으면 일본이 돈을 벌어갔다. 당시 일본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딸기 품종의 86%를 점유하고 있었다. 2005년엔 로열티 명목으로 0.1ha당 5만원을 요구했다. 그 때 국내 딸기 재배면적은 7090ha였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농산물 품종개발의 중요성이 확인됐다. 이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딸기 품종 개발에 나선 결과, 지금은 국내 딸기의 93%가 국산품종이 됐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단기간에 확인되는 게 아니다.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해야 하는 만큼 성과를 측량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R&D는 미래 국가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특히, 농업분야 R&D는 식량 자주권과 국제 농업자원 전쟁 등 공익적 가치와 국익 차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식량 주권이 곧 생존권…날로 커지는 농업R&D 필요성 ‘경제적 가치도 높아’

농업R&D는 투자에서 성과까지 장기간 소요되고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신품종 육성기간은 벼의 경우 15~18년이 걸리고, 감귤(10년)이나 사과(9년) 등도 적잖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식량안보와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독점적 활용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이 참여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2015년 기준으로 민간 대 정부의 투자 비율은 농림수산‧식품이 1.2다. 정부가 1을 투자하면 민간이 1.2를 투자한다는 의미다.

산업 전체로 보면 3.02로 농림수산‧식품의 3배에 육박한다. 민간의 농업R&D 투자가 저조한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농업R&D 수행을 위해서 상당기간 국가가 주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세계 주요국 역시 국가연구기관 설립 등 정부의 직접투자를 가장 중요한 농업연구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등은 최근 농업R&D 투자를 적극 확대해 나가고 있고, 농업강국인 미국‧EU‧일본도 투자액을 높이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경지‧생물자원 등 농업자원을 지속적으로 유지‧보존하고 개발해 농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가 기술적 뒷받침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농진청은 국내 농업R&D 중심 기관으로, 농축산물 생산과 안전성 연구를 전담하고 있다.

학계에서 추산한 농업R&D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 권오상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농업 총생산액에 대한 농업R&D 기여도는 26%다. 2016년 기준 농림업 R&D 투자가 농업생산액 창출 연평균 기여액은 12억9000억원에 달한다. 고용유발은 5만8000명, 취업유발은 40만3000명에 이른다.

만약 농업분야 R&D를 중단할 경우 단순 예산은 연간 9489억원(2017년 기준)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농업 생산성과 품질 유지 기여도(20~70%)가 배제돼 농업생산액이 하락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피해액은 연간 3조8000억~10조원으로 추산된다.

생산액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 등 소비자 피해(9000억~3조원)까지 포함하면 영향은 더 커진다.

◆한국 농업을 바꾼 R&D…새로운 산업‧시장 창출 기술로

우리나라 농업과학기술은 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7개 분야 36개 핵심기술을 주요국 기술수준과 비교하면 83.4% 수준이다. 미국‧EU‧일본‧캐나다에 이어 5위다.

그간 농진청을 중심으로 개발된 기술과 품종은 우리나라 농업을 크게 바꿔왔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통일벼’는 식량 문제를 해결해 국가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대한민국 연구개발 반세기 성과 Top10’에도 선정됐다.

국산 딸기 품종인 ‘설향’은 일본품종에 밀려 있던 국내 딸기시장의 판도를 뒤바꿨다. 일본품종은 2005년 86%를 차지했지만, 2016년엔 국산 품종이 93%를 차지한다.

오히려 일본으로 딸기를 수출하고 있다. 딸기의 대일본 수출액은 2005년 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300만 달러로 11배 가량 급등했다.

사과 ‘홍로’ 품종도 아름다운 색과 맛으로 일본 품종인 ‘쓰가루’를 대체, 국내 사과재배의 부흥을 이끌었다. 첨단 분자육종 기술을 이용해 제주 흑돼지를 개량, 지역특산화에 성공했다.

공간적 전통 생산농업을 원예체험‧치유농업으로 확대한 것은 물론, 실크단백질‧봉독‧새싹보리 같이 새로운 산업‧시장을 창출한 것도 농업R&D의 작품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업R&D 투자는 생산량‧품질‧비용절감 등으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후생 증대에 기여한다”며 “파급효과는 농업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보다 2‧3차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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