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흥행 성공 외에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또 2015년 11월에는 10화 분량의 웹드라마로도 제작돼 온라인에서 많은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유양이 먹는 존재가 된 것은 직장 상사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회사를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유양은 공격적·염세적인 동시에 솔직하고 투명한 모습이 공존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여자 방송국을 만들어 원하는 방송을 하고 싶다는 유양은 전형적인 페미니즘의 행보를 보이지만, 절친의 남편의 잘못된 행동에 일침을 꽂아넣는 모습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유양의 독백과 대화 속에는 일상 생활에서 한번쯤 생각해봤을 익숙함이 묻어난다. 작가는 팍팍한 사회 분위기 속에 만화가로서 힘들게 살아가는 유양의 모습을 결코 어둡게 그려내지 않았다. 오히려 팟캐스트라는 매개체로 다양한 사람들과 현실을 맹렬히 비판하고, 음식으로 마무리가 이어지는 장면은 이질감 속에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유양이 자주 외치는 "똑똑한 여자가 맘대로 설치고 떠들게 하고 싶다"는 당당함 속에 갈 곳이 없는 분노와 절망, 고민을 담아낸 이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은 공감을 느낀다. 유양의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평범하지만, 개개인이 다양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으로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유양의 남자친구인 박병은 한없이 긍정적인 캐릭터지만 동생인 박정은 불만으로 가득찬 캐릭터로, 빛과 그림자 같은 둘의 성격은 작품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작가는 먹는 존재를 통해 현실에서나 대중매체에서나 똑똑하고 주관이 뚜렷한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로 활용했다. 서울대라는 고학력 스펙을 가진 유양이 냉소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만, 대사 하나하나는 철학적이고 의미가 담겨 있다. 다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유양이 사회에 일침을 날리는 행위보다 소소한 주변의 생활에 행복을 느끼는 장면에서 비로소 먹는 존재로서의 모습을 찾아간다.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현실의 고민거리들을 만화에 녹이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듯이 유양의 먹는 존재로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들을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