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목격자' 곽시양 "살인자役, 공감 어려워…유가족에 감정 이입"

영화 '목격자' 태호 역의 배우 곽시양[사진=NEW 제공]

“달콤한 연인 혹은 애절한 짝사랑”의 주인공. 한 얼굴에 천진함과 서늘함이 모두 담겨 있는 배우 곽시양(31)은 “지금까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180도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있었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는 스펙트럼 확장에 목말라 있던 곽시양에게 적격인 작품이었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목격자 ‘상훈’(이성민 분)과 범인이 서로가 서로를 목격하며 시작되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을 그린 스릴러 속 살벌한 살인자 태호 역은 관객에게도 배우 스스로에게도 낯선 이면이었다.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얼굴에 담긴 두 가지 모습”을 증명하기 위해 ‘목격자’에 뛰어든 곽시양은 과감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태호라는 인물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배우 곽시양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목격자' 태호 역의 배우 곽시양[사진=NEW 제공]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이 부담이거나 불편했을 수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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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과 캐릭터에 임팩트가 강했다. 관객들에게 저의 이면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까지 해온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부담이나 긴장되는 부분은 없었나?
- 물론 있었다. 태호라는 인물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고민이 컸다. 많은 연기자가 말씀하시기를 ‘배우는 여러 가지를 겪어봐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살인자 역할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이 한계가 있었다. 감독님과 회의하는 과정에서 한 명의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가 보자고 했고,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정남규를 모델로 삼게 되었다.

태호는 연기에 있어서 한계가 많은 인물이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쓰는 등, 눈빛으로 보여줘야 하는 게 많았는데
- 살인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시선을 무서워한다는 생각이 들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다. 눈빛 같은 경우는 행동과 작은 다테일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무섭게 느끼고 위화감을 줄 수 있나 고민했다. 감독님과 연기, 표현의 강도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 영화는 현실성을 띤 작품이기 때문에 꾸미는 것보다 평범하고 힘을 빼는 게 더 무서울 거로 생각해서 연기 톤을 맞추려고 했다.

정남규라는 인물을 조사, 캐릭터에 어떻게 입히려고 했나?
- 정남규만을 찾은 건 아니다. 범죄자들을 찾는 과정에서 막히는 게 많았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자세히 많이 얻을 수는 없었다. 일단 어떤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찾아보았고 주변에 변호사 친구들이 있어서 유사한 사건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다. 솔직히 연쇄살인마를 조사하면서 태호라는 인물에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쉽게 상상하기가 힘들더라. 오히려 유가족들이 얼마나 괴로울지 공감이 가서 마음이 안 좋았다.

태호라는 인물을 통해 산을 넘은 것 같은 기분도 들 것 같다
- 그렇다. 제게 태호라는 인물은 부담도, 걱정도 컸던 인물이다. 거기다 첫 상업영화의 주연이지 않나. 선배들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영화 '목격자' 태호 역의 배우 곽시양[사진=NEW 제공]

태호 역을 위해 13kg을 증량했다
- 정말 많이 먹었다. 사실 살을 찌울 때는 신났었다. 피자, 치킨 등 기름진 걸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기름기 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니 피부 트러블도 많이 올라오더라. 태호에서 곽시양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저는 안 먹고 운동만 하는 타입이라서. 13kg을 찌웠는데 10kg 정도 뺐다. 앞으로 3~4kg 정도 더 빼야 한다.

살을 찌우는 건 본인의 아이디어였나?
- 현장답사를 하러 갔는데 영화의 배경인 아파트가 정말 크고 압도적이더라. 태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위압적인 느낌이 없다면 시시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이 태호가 등장했을 때 “우와!”하고 숨 막히는 기분을 느끼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맞는 것 같다며 체중 증량을 긍정적으로 보시더라. 처음에는 10kg만 찌울 생각이었는데 이성민 선배님이 먹을 걸 많이 챙겨주셔서 13kg이 쪘다. 특히 선배님이 직접 끓여주신 짜장라면이 일품이었다.

선배들과 호흡이 좋던데
- 긴 호흡으로 작품을 해내다 보니 선배들에 배운 것이 많다. 연기적인 기술이나 호흡 등 이성민 선배께 많은 걸 배웠다. 제게 태호는 큰 도전이었고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기회였다.

이성민 배우가 아끼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 기자간담회에서는 곽시양을 ‘아기’라고도 불렀다
- 저도 32살인데 아기라고 불러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하하하. 저는 선배님께서 ‘섹시한 배우’라고 칭찬해주신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앞에서는 그런 말씀을 잘 안 해주시는데 인터뷰를 하시면서 제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

그 칭찬에 대한 화답을 해보자면?
- 꾸며서 말하는 게 아니라, 선배님은 정말 ‘동네 형’ 같은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서 자란 형처럼 동생들을 잘 챙겨주신다.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고 저도 큰 형이라 생각하고 있다.

영화 '목격자' 태호 역의 배우 곽시양[사진=NEW 제공]

그간 연기적인 갈증에 시달렸던 것 같은데
- 제가 연기를 오래 해온 건 아니지만 비슷한 종류의 연기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런 역할에 낙인이 찍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었다. 저 자신에게도 변화에 대한 갈증, 갈망을 느꼈었는데 우연히 감독님이 찾아주셔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목격자’가 차기작에도 영향을 미칠까?
- 그건 잘 모르겠다. 모든 작품을 열어두고 있고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보다 저를 ‘고르는’ 분들이 영향을 받으셨으면 한다.

연기로 가장 끌리는 분야가 확장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 저는 스스로를 ‘상남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말 안 듣는 대형견 같다’고 하더라. 저는 멋있어 보이고 싶은데…. 하하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진한 누아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번 작품으로 듣고 싶은 평가는?
- 곽시양이 이런 작품도 가능하구나, 연기가 많이 늘었는데? 이런 칭찬을 듣고 싶다. 많이 노력했고 나름대로 미션을 완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바라는 건 무서워 보였으면 하는 거다. 그게 태호 역에 대한 성공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