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담백하다. 배우 하정우(40)는 덜거나 보탬 없이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에 대한 장단점을 짚어낸다. 특유의 가감 없는 말씨나 작품을 관통하는 시선은 영화에 대한 믿음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 혹은 자부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함께2’)은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이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 분)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하정우의 말처럼 ‘신과함께2’는 지옥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구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1부와는 달리 서사, 캐릭터에 많은 공을 들였다. 용서와 구원이라는 명확한 메시지와 1부부터 쌓아온 인물 서사는 전편과는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하정우의 일문일답이다
1부에 이어 2부가 개봉된 소감은 어떤가?
- 개인적으로는 1부보다 2부가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대중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 어떤 것이 더 상업적으로 즐길 수 있을까? 저는 2부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 힘이 더 강하고 크다고 생각했다. 예상한 만큼, 기대한 만큼 나와줘서 ‘이 정도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장정을 마친 기분이 들 것 같다
- 한 작품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거쳐 홍보 활동, 무대 인사 등을 해온 게 벌써 10년도 넘었다. 1, 2부를 한꺼번에 찍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다. 굳이 찾자면 1부에서도 ‘신과함께’ 이야기를 하고, 2부에서도 ‘신과함께’ 이야기를 한다는 점? 촬영이 2년 반 전에 끝났기 때문에 1년 내내 되짚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다른 것 같다.
2부 완성본을 보니 어땠나? 김용화 감독다운 부분들이 두드러진 것 같은데
- 모두 자신의 장기가 있으니까. 1부는 김용화 감독의 최선이 보였고, 2부는 진심이 통했다고 본다. 그리고 1부가 통했기 때문에 (2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후반 작업을 조금 더 과감하게 해낸 것 같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미스터 고’, ‘신과함께’까지. 이 정도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성장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작품으로 하여금 김용화 감독이 성장한 게 느껴져 환영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삼차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 1부에서는 삼차사를 알만한 부분에 없다고 생각했다. 2부에서 본격적으로 그들의 관계가 밝혀지며 삼차사에 대해 알게 되는 부분이 생긴 것 같다. 그 점이 차이지 않을까? 그리고 1, 2부를 한꺼번에 찍었으나 저는 각자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1부는 모성애를 다뤘다면, 2부는 부성애를 다룬다. 1부는 눈물을 쏟게끔 하고, 2부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이 두 작품의 차별점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1부 강림과 2부의 강림은 어떤 점이 다른가?
- 강림은 서서히 감정을 드러낸다.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다. 수홍(김동욱 분)이와 옛날이야기를 꺼낼 때, 그런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 가만히 보시면 1부에서는 거의 서 있고, 동선도 많고, 액션도 많은데 2부는 유난히 앉아있고 정적이다. 혼자 말하고, 생각에 잠기고, 과거로 넘어가고 반성하는 식이다.
‘신과함께’가 한국형 프랜차이즈로서 새로운 레퍼런스를 제공해낸 건 사실이다
- 앞으로 이런 기획이 많이 나올 거라고 본다. 아시아에서 많이 관심을 받았던 건, ‘이야기’였다.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 많은 사람이 관심 있어 했고 분위기를 담아내는 흘러가는 스토리 등, 범 아시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물로 프랜차이즈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기획을 잘한다면 ‘신과함께’를 시작으로 많은 한국 영화인들이 세계로 진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작품을 참여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2부는 전반적으로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 사실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든 건 아니다. 다만 2부를 볼 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는 거지. 영화보다는 tvN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박근형 선생님, 신구 선생님 등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시는데 그 모습이 정말 부럽더라. 저도 나이가 먹어 친한 동료들과 그런 모습을 담아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년 넘게 연기하신 분들이 촬영하시며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고 말씀하시는 게 전부라는 생각이다. 시청자도 그걸로 재미와 감동을 하는 것 같다. 너무너무 자연스럽더라. 그런 모습이 제겐 감동이었다.
감독으로서의 하정우는 어떤가?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고 들었는데
- 작년 12월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초고 작업을 들어간 건, 5월이었다. 작가에게 맡겨서 쓰고 있는데 이제 곧 결과물이 나온다.
여러 아이템 중, 그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출하기로 한 건가?
- 모르겠다. 또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작가에게 개런티를 지급했으니 이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충무로에서 공백 없이 일하는 거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많은 배우가 하정우의 순서를 밟는 것 같다
-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출연이 잦다고 왜 소진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계속 그렇게 작품 수를 늘리다 보면 통찰력도 생기고 작품 해석 능력도 커질 거라고 본다. 그 안에서 규칙적인 리듬을 찾을 수 있는 건데, 안 한다면 무엇을 하면서 생기느냐는 거다. 다른 일이 있다면 배우로서 감독들도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