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의 거센 도전에 움츠렸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반격에 나선다. 국내 업체들은 앞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수주를 따내고 있다. 더불어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자동차 '니로EV 등의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가시적인 실적 상승도 기대된다.
7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에서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CATL과 BYD는 2위와 3위를 차지해 한국 업체를 앞서갔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중국시장 판매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중국에 앞서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 LG화학은 지난달 24일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가 60조원을 돌파했다"고 말해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한다. 즉 60조원 수주는 120조원 이상의 자동차 판매금액(매출액)을 뜻한다. 연 800만대의 자동차를 파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150조)에 육박하는 규모다.
삼성SDI도 "정확한 수주 규모를 밝힐 수 없지만, 글로벌 톱 수준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코나 일렉트릭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니로 EV의 출시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지난 6월 약 2000대가 출고(수출 포함)된 코나 일렉트릭은 올해 약 2만대, 내년에는 3만대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기존 쉐보레 '볼트EV', 현대차 아이오닉EV 등에 코나 일렉트릭까지 가세하면서 하반기 출하량 순위 반전을 노린다.
SK이노베이션도 니로EV의 수출이 시작되는 올해 말부터 실적 상승세가 전망된다.
국내 업체들은 1회 충전에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20분 급속충전 기술을 접목한 '고에너지밀도 600㎞ 주행 배터리 셀'과 고용량이면서 무게와 부품 수를 10% 이상 대폭 줄인 '다기능 배터리 팩'기술 등을 선뵀다.
LG화학도 3세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 "그래도 긴장해야"
업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중국 시장 진입이 막힌 상황에서 LG화학과 삼성SDI와 중국 업체 사이의 기술력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은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공급을 빠르게 늘리면서 기술 발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초기에는 많이 앞서있지만, 예전만큼 독보적인 최신 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 긴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CATL 등 중국 업체들은 위협적이지만, 수주규모와 기술력 등에서 국내 업체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며 "진짜 승부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2020년부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