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찬반거수기?…‘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영향력 키운다

2018-07-1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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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기관투자가 탈피…재무·지배구조문제 관여 가능

2010년 영국서 첫 도입…美·日 등 세계 20개국서 시행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운용 대열에 합류해 소극적 기관투자가에서 벗어나 재계·기업 활동의 중심에 서게 될지 주목된다. 본격적인 영향이 있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남아 있지만, 정부 기관이 올바른 기업경영활동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걸음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오는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안을 심의·의결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인’인 고객 자산을 맡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집사’ 역할을 충실하고 선량하게 관리하도록 책무를 부여하는 기준이다. 기관투자자는 이 기준에 따라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주주역할을 수행하고 고객에게 보고해야 한다.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는 미국·영국·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2016년 12월 국내에서도 주주활동에 소극적인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부여할 수 있도록 민간 주도로 ‘스튜어드십코드’가 제정됐다. 이에 대규모 장기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도 적극적인 주주활동으로 투자수익을 제고해 국민 노후보장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각 기업 배당, 찬반 의결권행사에 한해서만 관여해 ‘찬반 거수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복지부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논의해왔고, 지난달 20일 보고한 ‘조직문화·제도개선 이행계획’을 통해 7월 중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시행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영업이익·부채·연구개발·주주환원 등 재무요소 점검 △이사회 구성, 감사기구 독립성, 도덕적 경영(계열사 부당이득,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 횡령·배임, 유해화학물질 사용 등) 등 비재무요소 점검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거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부터 연구개발에 소홀한 경우에도 관여하게 된다. 기업이 기업지배구조·중점관리사안을 위반할 경우 1차적으로 비공개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게 된다. 이후에는 공개서한을 발송하거나, 중점대상회사를 지정·공개할 수 있다. 지난달 대주주로서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발송한 것은 일례다.

이 외에 △주주대표소송 제기·참여 △사외이사 후보추천 주주제안 △의결권행사 위임장 대결 등도 주주활동으로 검토 중이지만, 기업경영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여지가 있어 이 중 일부는 2020년까지 향후 로드맵(안)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거나 보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주주활동 수행에 따라 기존 ‘의결권전문위원회’는 ‘수탁자책임위원회’로 확대·개편된다. 수탁자책임위는 의결권 외에 주주권,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해 검토·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도입안에는 위탁운용하는 주식에 한해 민간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기업 경영간섭 등 국민연금 영향력이 과도해지는 것을 우려해 민간운용사에 맡긴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주식투자 46%는 위탁운용사가 맡고 있다. 그러나 민간 위탁운용사 이해상충 문제와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주식대량보유 주주의 경영참여 시 의무발생 문제 등도 쟁점사항이 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성격상 기업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299개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초안이 대주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책무를 정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러 주주활동 단계적 추진과 독립성을 갖춘 상설위원회 운영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세부지침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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