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내달 5일 맞춤형 지급준비율을 인하한다고 지난 24일 밝혔습니다. 중국이 올 들어 세 번째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단행하는 것인데요. 눈에 띄는 건 '맞춤형(혹은 선별적)'이라는 단어입니다. 중국어로는 '定向'이라는 단어를 쓰는데요. 맞춤형 지준율이 무엇인지,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Q. 맞춤형 지준율이란?
최근 중국이 언급하는 맞춤형 지준율 인하란 일부 특정 금융기관에 한해서 지준율을 낮추도록 하거나 혹은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공급되는 자금을 어느 특정 용도로 사용하도록 하는 걸 의미합니다.
인민은행은 내달 5일 단행할 맞춤형 지준율 인하 대상과 유동성 공급 용도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대형 상업은행과 주식제 상업은행, 그리고 우정저축은행, 농촌상업은행, 외국계은행을 대상으로 지준율을 인하한다며, 이를 통해 시중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은행권 출자전환과 중소기업 대출 용도로 사용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죠. 앞서 1, 4월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단행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맞춤형 지준율이라는 통화정책 수단을 사용해왔습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인민은행은 모두 9차례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는데, 이 중 네 차례가 맞춤형으로 지준율 인하가 이뤄졌습니다. 인민은행이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사용하는 통화정책 수단이라고 볼 수 있죠.
Q.맞춤형 지준율 인하 배경은?
인민은행이 맞춤형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통화정책 딜레마가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올 들어 인민은행이 내세우는 통화정책 스탠스는 온건, 중립적 통화기조입니다. 신중한 통화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죠. 이는 중국이 최근 ‘부채와의 전쟁’에 나선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은 디레버리징, 즉 부채 감축을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시중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금융권에 만연했던 그림자 금융은 줄었지만 은행권 신용대출까지 크게 위축됐습니다. 이는 투자·소비·생산 둔화를 초래해 중국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주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중국 경기둔화 우려는 한층 더 확대됐습니다.
특히 직격탄을 입은 건 민영 중소기업입니다. 올 들어서 민영기업 디폴트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채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으로선 금리 인하, 지준율 인하 같은 통화 완화 카드를 꺼내긴 힘든 상황입니다. 중국이 다시 돈줄을 풀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맞춤형 지준율 인하입니다. 중소기업 대출 지원, 출자전환 같이 자금이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이 돌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죠. 인민은행이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발표하면서도 온건·중립적 통화정책 기조를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입니다.
Q. 맞춤형 지준율 인하 직접적 효과는?
이번 맞춤형 지준율 인하로 은행권이 더욱 적극적으로 출자전환과 중소기업 대출에 나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민은행은 내달 5일부터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통해 시중에 모두 7000억 위안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중 5000억 위안은 출자전환에, 나머지 2000억 위안은 중소기업 대출에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죠.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은 쉽게 말하면 은행들이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 부채를 탕감하는 방식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은행으로서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중국 은행들은 사실상 출자전환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나서서 사실상 출자전환을 지원할 자금을 공급해줌으로써 향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출자전환에 나서고, 이는 레버리지 축소와 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인민은행이 올 들어 세 차례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통해 항상 강조한 것입니다. 리커창 총리도 앞서 20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비롯해 중소기업 자금조달난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 중소기업 소액 대출금리 인하, 중소기업 대출 관련 수수료 면제 등과 같은 조치를 내놓은 바 있죠. 중소기업은 중국 경제에서 일자리 80% 이상, 국내총생산(GDP) 60% 이상, 세수 5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중국 경제를 떠받드는 주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