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의 로·컨테이너] 거짓말 탐지기, 재판에서 증거능력은 없다

2018-06-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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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수사자료로 활용

#. A씨는 친구 B씨에게 3,000만원을 빌려주었다. B씨는 “아버지가 부도가 났다. 나한테 고가의 차량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B씨는 돈을 빌린 후 잠적했다.
이후 A씨는 어렵게 B씨를 찾아냈지만 그의 태도는 전과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B씨는 부엌칼로 자신의 팔뚝을 그은 뒤, 상해를 당했다며 A씨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억울함에 치를 떨었고, ‘거짓말 탐지기’로 경찰 조사도 받았다.

거짓말탐지기는 자각증세와 심적 변화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각종 반응을 이용해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계장치다.
우리나라, 미국, 일본 등 17개국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선 미국의 전문 제작회사가 생산하는 기계를 사용한다.

수사기관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피의자·피해자·참고인 등 진술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용의자의 범행 관련 여부를 검사함으로써 누구를 범인으로 추정·조사할 것인지 등 수사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

하나의 사건에 용의자가 여러 명 있을 경우 범행 관련 여부를 검사해 적은 인력으로 빠른 시간에 용의자 범위를 축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 및 피해자의 진술이 서로 상반될 경우 어느 쪽의 진술이 사실인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가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갖지는 못한다. 수사 자료로 중요하게 사용될 뿐이다.

다만,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의 결과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판시한 바 있다.

①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②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③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여부 판정은 ④거짓말 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⑤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⑥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 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⑦피검사자의 동의를 받아 검사가 진행돼야 한다.

대법원이 제시한 요건들은 꽤 까다로워 보인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에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에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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