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50%로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이 올해 총 네 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고민에 빠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예고한 금리 정상화를 차근히 이행하고 있다.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2016년 9월 1.31%를 저점으로 올해 5월 1.79%까지 올랐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오름세다.
이처럼 한은 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다.
지난 3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를 돌파했다. 이 영향으로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4월 12일 2.590%에서 지난달 15일 2.803%까지 급등했다.
아울러 한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1년 만에 0.50%포인트로 벌어졌다. 역대 최대 폭(1.50%포인트)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자본 유출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한미 금리 차 확대가 곧바로 자금유출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 듯이 돈 역시 금리가 높은 곳으로 모이게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연준은 FOMC회의에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네 차례로 상향 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며 "경제 활동 장려 등을 위해 통화정책이 필요치 않은 정상적인 수준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한은도 금리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은 채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 중이다.
미국이 9월과 12월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은이 4분기에 1회 올리면 금리 폭이 0.75%포인트로 유지된다.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는 한 차례만 인상한다면 한은이 하반기 금리를 동결해도 역전 폭이 0.75%포인트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