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를 짓눌러 온 고물가·고금리 바윗덩이가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절하 리스크도 불거진 상황이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 외에는 추가 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이른 샴페인 터뜨리기를 경계하며 신중한 정책·전략 수립을 주문하는 이유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설비투자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긍정적인 지표를 나타냈다.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에서 모두 늘었다. 지난 1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의 역대급 판매 흥행이 재화 소비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說 '솔솔'
1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 2.2%, 하반기 2.0%로 연간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다음 달에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되는데 이때 전망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정 경제전망에 1분기의 양호한 실적치가 반영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고환율, 고금리 여건이 완화될 여지가 있어 경기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2.2%보다 높은 성장률 달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분기 성장률에 대해 "코로나 기간인 2020∼2021년을 제외하면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며 "최근 여건 변화와 경기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전망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가운데 UBS(2.0%→2.3%)와 씨티(2.0%→2.2%), HSBC(1.9%→2.0%) 등은 이미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상태다.
전문가들 "결국 내수 개선이 관건" 한목소리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와 비교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 농산물 가격과 국제 유가 흐름 등 대내외 변수도 언제든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는 한은도 일정 정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신 국장은 "1분기만 보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보이지만 체감 경기에 민감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전반적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1분기에는 민간소비가 계속 부진하다가 반등한 측면이 있고 건설투자에도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지속 가능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수 개선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가 하락과 그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 조건이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내외적으로 부정적 여건이 많은 건 분명하다"며 "건설투자의 경우 전년 대비로는 오히려 마이너스이며 수주도 여전히 안 좋아 건설 경기가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2분기 초입인데 중동 쪽 긴장감이 올라가면서 유가와 환율이 뛴 부분이 시차를 두고 (2분기 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 지출을 집중한 효과가 걷힌 후 상황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상반기에 재정을 다 쓴 뒤 하반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더디게 진행된다면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이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는 선거 국면을 통해서 시중에 돈이 풀리고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로 성장률이 높았지만 하반기에는 정치적 변수가 사라진 상태에서 대외 경제 여건이 성장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