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0만 개.
한국 남자골프의 ‘맏형’ 최경주가 주니어 시절부터 약 35년 동안 골프를 치면서 어림잡아 친 공의 개수다. 최경주는 “지금까지 몇 개의 공을 쳤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해라.” 최경주는 23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최경주는 1995년 KPGA 코리안투어로 데뷔했다. 프로 생활만 23년째다. K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오가며 수많은 경기를 치르면서도 큰 부상 없이 활동하며 한 시즌도 쉰 적이 없다.
최경주는 “골프 선수는 늘 근육통을 달고 산다”며 “충분히 잠을 자고 가리지 않고 먹고 꾸준하게 운동하면 롱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말 속에는 경험이 묻어 있다.
최경주는 약 10년 전인 2009년과 2010년 겪은 경험담을 꺼냈다. 체중 조절 실패를 했던 시기다.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무리한 체중 조절이 문제였다. 이 탓에 1년을 고전했다. 최경주는 “그 당시 어느 날 아침에 거울을 보고 배가 많이 나온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체중을 감량했는데, 오히려 엉덩이 연골 인대 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면서 “누구나 조금씩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갑자기 루틴을 바꾸는 건 굉장히 좋지 않다”고 당부했다.
롱런을 위해 최경주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은 ‘적당한 운동’이다. 대신 꾸준함이 필수다. 최경주는 “쉰이 다 된 나이에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한 일 아닌가”라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궈 혈액순환을 시키고 음식을 잘 먹는 게 근육에도 좋다. 운동은 지나친 것보다 꾸준하고 적당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최경주는 후배들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최경주는 “후배들에게 하나 아쉬운 건 경험이다. 무조건 똑바로 공을 치려고 하지 말고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 경험으로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어차피 대회는 72홀이 끝나야 한다. 겁 먹지 말고 기 죽지 말고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몸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우승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후배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일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대회에 참가하는 위창수는 “난 대회에 자주 나오지 않아 이번 대회에선 컷 통과를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내 생각에 최경주 선배는 2위를 할 것 같다”고 농을 던져 우승후보 밖으로 밀어냈다.
반면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선수들의 입담 경쟁도 치열했다. 김형성은 “국내에서 우승한 지 오래됐지만, 최근 일본에서 준우승도 했고 감이 좋다”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김형성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우승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또 지난해 이 대회 우승과 함께 상금왕을 거머쥔 김승혁은 “코스와 궁합이 잘 맞고 준비도 잘했다. 타이틀 방어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기대감도 크다"면서 "작년 플레이가 나온다면 2연패도 가능할 것”이라며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상금랭킹 2위의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박상현도 "모든 선수가 우승하고 싶은 대회이고,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요즘 경기력이 상승세라 자신 있다. 이런 흐름을 잘 탄다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국내 남녀 대회 통틀어 상금 규모가 가장 큰 대회로, 우승상금 3억원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과 함께 국내 최고액이다. 또 이 대회 우승자는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G70을 부상으로 받고,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하는 제네시스 오픈 출전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