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배급 CGV아트하우스)의 칸 국제영화제 출국 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의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1983)를 원작으로 한다. 또한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Barn burning’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창동 감독은 “윌리엄 포크너, 하루키의 소설이 헛간을 태우는 행위 자체가 실제 일어나는 일인지 메타포인지를 따라가는 소설이라면 영화 ‘버닝’은 관념의 메타포를 영화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관념적인 것을 이미지로 그리는 것은 내겐 꽤 큰 영화적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영화인 ‘버닝’을 많은 분에게 잘 알리고 오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영화 ‘시’ 이후 8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창동 감독은 전작과 다른 결을 보여줄 계획. 그는 “젊은이에 대해 이야길 하고 싶었다. 요즘 젊은이는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 같다. 내재한 분노, 무력감이 있을 것이다. 그 분노의 대상이 모호하다는 것을 일상의 미스터리로 그리고자 했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유아인은 이번 작품으로 이전과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고. 그는 “‘버닝’은 강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잘하고 싶어 안달하고 애쓰던 순간들, 표정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감독님께서는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길 바랐다. 그것이 ‘버닝’의 과제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시대 청춘들과 ‘버닝’의 깊은 관계를 언급하기도. 유아인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인데, 정말 청소년이 봐야 하는 영화라고 본다. 관객의 입장으로 봤을 땐 전혀 다른 영화, 새로운 영화다. 새롭게 말을 거는 영화다. 영화의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전했다.
‘윤리’에 관한 이야기에 이창동 감독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전작에서 윤리에 관한 깊은 물음을 던진 터였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윤리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라며 “윤리는 관념, 머리에 가깝다면 ‘버닝’은 감각, 정서가 우선시 되는 영화”라고 차이점을 짚었다.
전작과 다른 결, 새로움을 강조한 만큼 세 배우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극한으로 감정을 끌고 가는 이 감독을 두고 ‘변태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변태 감독이라는 말이 좋은 의미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연기론은 굉장히 단순하다. 뭔가를 만들어 표현하지 않고 캐릭터의 감정을 배우가 받아들이고 그 감정대로 살아가길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배우 스스로 캐릭터가 되길 바랄 뿐이다. 목표를 가지고 몰아붙이진 않는다. '버닝'은 내 전작과 캐릭터들이 처하는 상황이 달랐다. 어려운 상황을 몰아붙이는 장면은 별로 없다. 지극히 일상 안에 미묘하면서도 어려운 상황이 담겨 있다. 그 때문에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버닝’은 오는 16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상영 전 열리는 레드카펫 행사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한다. 국내 개봉은 1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