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태국의 한 호텔에서 자사 쇼핑몰인 T몰을 통해 태국산 두리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연에 나섰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놀라워했다. 판매가 시작된 지 1분 만에 두리안 8만 개가 됐기 때문이다. '원조' 전자상거래 업체로 꼽히는 아마존을 넘어 동남아 시장의 일인자를 꿈꾸는 알리바바의 활약에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 알리바바, 태국 진출 본격화...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후끈'
MOU에 따라 알리바바는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역점 사업인 ‘디지털 허브 구축’에 약 3억 달러(약 3226억원)를 투자할 전망이다. 향후 3년 간 태국산 농산물 4억 2800만 달러(약 4605억 2800만원) 어치를 구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자사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T몰에도 두리안 등 태국 과일은 물론 세계 1위의 수출량을 자랑하는 태국 쌀 매장을 입점시키기로 했다.
외신들은 이번 MOU를 두고 내년 2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태국 군부정권과 태국을 기반으로 인구가 6억4000만명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알리바바의 야심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가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한다면 업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BC는 23일 '알리바바와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미국의 유명 의류 회사가 T몰과의 독점 계약을 거부하고 또 다른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JD.com과 제휴를 맺은 뒤 매출이 10~20% 하락했다"며 "알리바바는 광고 위치 변경 등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리바바가 지난 2017년 회계연도에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한 상품의 가치는 5470억 달러(약 588조 6814억원)로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는 시가총액이 4721억 달러(약 508조 740억 2000만원)로 늘어나면서 업계 일인자로 꼽히던 아마존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깜짝 등극하기도 했다. 오는 2036년까지 지구상에 있는 인구 4명 중 1명꼴인 2억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한다면 업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전자상거래 공룡에 내수 망칠라"...세제개편 움직임도
BMI 리서치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6개국의 전자상거래 산업 규모는 지난 2017년 377억 달러(약 40조 5652억원)에서 2021년 648억 달러(약 69조 7248억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분야는 연간 35% 이상 성장하는 등 급속하게 확장하는 추세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및 정보통신국(VECITA)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베트남의 1인당 전자상거래 구매액은 160달러(약 17만원)로, 2020년에는 350달러(약 38만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0년까지 베트남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약 10조 762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일부 국가들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라자다와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등 온라인 판매자에 대해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 싱가포르에서는 온라인 소비자들이 400싱가포르달러(약 33만원) 이내의 범위에서 물품을 구매한다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과세 범위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태국 세무당국도 바트화 결제 시스템을 보유한 온라인 판매자 등에게 최고 15%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다각도 논의를 거쳐 전자상거래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조만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업체와 기존 오프라인 업체 간 공평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손보는 방안이 유력하다. 말레이시아 당국도 최근 해외 전자상거래업체들을 대상으로 추가 과세하는 제도를 준비해 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BMI리서치의 나이니카 싱 소비자 애널리스트는 "전자상거래를 대상으로 한 과세가 현실화된다면 온라인 쇼핑의 증가 추세로 고전해왔던 오프라인 소매업체의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