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 거부했던 '중국책임론' 주장하는 중국, 역이용해야

2018-04-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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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 예술단 북한 방문, 성과 크다" 애써 강조

차이나패싱 벗어났지만 '주변화' 걱정하는 중국 역이용, 대응해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6일 방북한 중국 예술단의 발레무용극 '붉은 여성중대'를 부인 리설주와 함께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중공중앙대외연락부(中共中央对外联络部, 중련부) 쑹타오(宋濤) 부장이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다. 쑹타오 일행의 이번 방문은 북한의 국제우호예술제 ‘4월의 봄’에 참여한다는 명목이지만 진짜 목적은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북·중간 사전 교감일 것이다.

중국은 쑹타오 일행의 이번 방북 결과에 대해 “양국이 회담에서 공동 관심사인 중대 문제와 국제정세에 대해 깊은 의견을 나누었다”고 애써 강조했다. 이는 ‘평창외교’에서의 ‘차이나패싱’ 후유증에 따른 반응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 ‘차이나패싱’ 벗어난 중국, 북한과 의견차 과제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28일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연일 북·중관계가 회복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따라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의 관계를 강화하고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차이나패싱에서 벗어났지만 북한과의 의견 차이까지 좁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진핑과 김정은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가지의 공동 인식과 두 가지의 이견을 확인했다고 상하이 퉁지(同濟)대학의 샤리핑(夏立平) 국제공공사무연구원 원장은 말했다. 이는 현재의 북·중관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두 가지의 공동인식 중 첫째는 북·중은 전통적 우호관계를 계승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 주석이 언급한 것으로 △지속적인 고위층 왕래 △충분한 전략적 소통활용 △적극적인 평화발전 촉진 △북중의 우호적인 민의(民意) 기초 다지기이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인식은 모두 김 위원장이 주장한 것으로 첫째는 핵·경제 병진노선이고 둘째는 북핵의 ‘단계적’이고 ‘동시(同時)적’인 해결이다. 중국은 핵·경제 병진노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북핵의 단계적·동시적 해결에 대해서도 상호 대화가 중요하며 반드시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원론을 반복했다고 샤 원장은 설명했다. 

◇ 차이나패싱 벗어난 중국의 새로운 고민, ‘주변화’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책임론’에 대해 중국은 최근까지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라고 주장해 왔다. 첫째, 북핵문제는 북·미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문제는 같은 민족인 남북간에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과 북·미간의 정상회담이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패싱을 당했던 중국은 이제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다. 바로 '주변화' 가능성이다.

남북과 북·미간의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중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는 최근 중국에 자주 회자되는 내용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중국을 유용하게 압박해 왔던 중국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향후 한반도에서 중국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심지어 중국의 이익이 훼손되거나 희생될 수도 있다.

중요한 시기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으로 발목을 잡았던 북한이지만 이제 중국은 지금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애쓰고 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세에서 중국의 주변화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중련부 부부장을 지냈던 위홍쥔(于洪君)은 “남북과 북·미의 관계 개선이라는 변화 속에서 어떻게 중국과 북한의 이익 접점을 찾고 원래의 대화 채널을 회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기간 중에도 중국은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중관계가 북·미관계에 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책임론 거부하더니...다시 ‘역할’ 주장하는 중국

주변화를 염려하는 중국은 스스로 거부해왔던 중국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중국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중국은 북한의 중요한 카드이자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힘을 가지고 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에 있어서 중국은 줄곧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으므로 중국의 의견과 역할은 존중되야 한다. 셋째, 관련국들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반드시 중국과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창외교와 깜짝 베이징 방문으로 화려하게 외교 무대에 데뷔한 김 위원장은 예상외의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여기다 차이나패싱에 이어 주변화 고민에 빠진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로 협상력을 한층 높였다. 고민에 빠진 중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역할론을 해법으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 시점에서 한·미 동맹의 강화는 가장 기본적인 선택지이면서 향후 남북관계와 한·중관계에 있어서 협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역할'을 원하는 중국의 조바심을 역이용하고 북·중관계의 이견이라는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변화무쌍한 중국의 이중적인 남북 평형전략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김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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