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 북한 고위층 베이징 방문은 평창서 패싱된 중국의 반격

2018-03-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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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외교에서 소외된 중국의 고민 깊어져, 中 전략변화 대비해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고위층 인사가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최고위층 인사와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 사용했던 특별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26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거나 적어도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정도의 거물이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평창외교에서 소외당했던 중국이 4월의 남북 정상회담과 5월의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북한에 중대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추측한다. 중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부터 지금까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 ‘평창외교’에서 소외된 중국

지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진행된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서 지난 9일 시작한 열렸던 페럴림픽도 18일 막을 내렸다. 초기의 우려와는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로 평창올림픽은 ‘스포츠’와 ‘외교’가 어우러진 평화의 축제였다.

올림픽 준비기간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참석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중국은 고민 끝에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했다. 하지만 북한의 김여정이 올림픽에 참석하해 화제의 중심이 되면서 한정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정의 예상치 못한 미약한 존재감에 중국은 당황한 것이 분명하다. 올림픽과 관련해 아쉬움이 큰 중국은 이번 평창외교와 남북과 북·미 대화의 조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중국이 주목한 8가지 평창 이슈

중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요약하면 중국은 △‘2·8 북한 건군절 열병식’과 평창올림픽 △김여정의 평창외교 △펜스 미국 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의 미국 평창외교 △북한의 대규모 파견단과 남북 단일팀 효과 △평창올림픽 이후의 북·미관계 △문재인 대통령 방북과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아베 일본 총리의 평창외교 실패 △남북 화해국면에서 소외된 미국의 주도권 회복전략(양안 갈등 유발 등) 등 8가지 이슈를 주목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김여정 효과’를 주시하며 때늦은 후회를 했음을 엿볼 수 있다. 평창외교는 물론 최근의 대화 국면에서 ‘차이나패싱’을 초래했다는 게 중국 내부의 판단이다.

중국은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의 평창외교가 사실상 외교분야의 금메달이라고 표현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자국의 한정 상무위원은 물론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주요 정상의 존재감은 아주 미약했다고 평가했다.

◇ 김정은의 평창외교에 대한 중국의 평가

김여정을 파견한 김정은의 평창외교에 대한 중국의 평가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평창외교에서 예상 외의 큰 성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김영남의 눈물 공세는 남북과 세계의 공감을 유도했다. 또한 북한 응원단의 화려한 복장은 빈곤국가 이미지를 희석하는 효과도 있었다. 

둘째, 김정은이 향후 '북·미 외교'의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남북 화해 시도에 호응해 한·미·일 균열을 노린 김정은의 대규모 방문단 파견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의 화해 국면에서 소외된 미국이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에서 대화로의 전술적 변화를 선택하게 했다는 평가다.

셋째, 중국은 김정은이 ‘스포츠 외교'에서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대표팀 참가 제재 등 올림픽의 정치화 움직임에 '남북 단일팀'이 비수를 꽂았다는 것이다. 남북 단일팀의 활약은 IOC와 국제사회가 북한과 접촉을 원하도록 유도했다. 중국은 일부 외신의 평화의 상징인 남북 단일팀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다는 보도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 속에서도 중국의 고민이 보인다.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타격 위기 속에서 '김여정’이라는 절묘한 한 수로 향후 북·미관계 조정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반면 중국은 개막식부터 지금까지 줄곧 소외되었고 진행 중인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등에서도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하고 있다.

◇ ‘차이나패싱’에 대한 중국의 고민과 대응책

중국이 보기에 평창외교에서 함께 소외된 듯한 미국은 ‘남·북·미 대화’ 국면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주도권 회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반면 중국은 평창외교에 실패한데다 남·북·미 대화에 끼어들 명분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다.  북·중관계는 오랫동안 냉랭했고 한·중관계는 완전한 사드 해빙이 과제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을까? 언론 보도를 요약하면 중국의 대응책은 크게 4가지다.

첫째,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위해 김여정과의 관계 강화를 비롯한 새로운 시도에 나서야 한다. 둘째,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한 6자회담 재개로 중국이 주도권을 확보한다. 셋째, 북한이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어떠한 경우에도 미국이나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 한반도 북부를 통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北 친미화 노선 경계하는 중국, 우리도 대비해야 

결론적으로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 ‘친미화(親美化)’ 노선을 선택하는 경우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강한 중국을 표방하는 시진핑 2기는 미국에 대해 이전보다 한층 강경한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경색된 미·중관계는 한반도 화해 무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비책이 필요하다.

평창외교의 본 게임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반전은 김여정이 금메달이었다면 후반전은 우리가 승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어렵게 잡은 한반도 화해 국면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선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기초로 남북 및 남·북·미 대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외된 중국의 향후 전략·전술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필자: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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