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세먼지 취소, 모호한 기준에 선수도 관중도 힘들다

2018-04-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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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야구장 날씨는 미세먼지 나쁨…치밀한 규정 정비 절실

[황사와 뒤섞이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NC와 두산의 경기가 취소되자 경기장 관계자들이 그라운드를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프로야구에서 매년 불거지는 논란이 있다. 그건 바로 경기 취소. 농구나 배구와 달리 야외스포츠인 야구에서 비는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관중들의 관람 환경을 위해서는 비로 인한 취소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과거부터 비로 인한 취소는 논란을 일으켰다. 폭우가 쏟아지고, 비가 더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경기를 취소했는데, 날씨가 멀쩡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지난 1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그랬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경기 시작 시간에서 2시간 여 남긴 오후 3시 12분경에 취소가 결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 비가 그치면서 취소 결정을 내린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 비난을 받았다. 예보와는 달리 비가 계속 내렸고, 김용희 위원이 관리인과 그라운드 곳곳을 확인했다. 외야에서 공이 바운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라운드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관중이 입장하기 전 취소 결정을 내렸는데 너무 이른 결정이 돼 버렸다.

그런데 최근 비보다 더 변덕스러운 취소 요인이 생겨버렸다. 외출 전 마스크를 챙기게 하는 '미세먼지 나쁨' 소식이다. 지난 1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는 미세먼지 때문에 취소됐다. 이날 오후 1시 광주의 미세먼지 농도는 422㎕/㎥에 달해 경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 경보는 대기 중 입자 크기 10㎛ 이하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300㎕/㎥ 이상 2시간 지속할 때 발령된다. 당초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던 경기는 미세먼지로 인해 일단 상황을 지켜봤지만 호전 기미가 없었다. 결국 2시 28분 김용희 경기 감독관이 취소를 결정했다. 지난 6일 잠실, 문학, 수원 경기 동시 취소에 이은 네 번째다. 전날인 14일 우천 취소 이어 15일 경기까지 미세먼지로 취소되면서 광주는 이틀 연속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KBO리그 규정 27조(황사경보 발령 및 강풍, 폭염 시 경기 취소 여부)에는 '경기개시 예정시간에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 있을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하여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KBO 규정이 좀 더 명확하게 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취소 기준이 모호한 탓에 지난 6일 수도권 경기는 모두 취소된 데 반해 부산과 광주는 경기가 열렸다. 두 지역에도 미세먼지 주의보는 발령됐으나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렸다. 경기 취소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관중이 야구장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헛걸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준이 공백인 점도 문제다. KBO 규정에는 '미세먼지'로만 명시돼 있어 인체에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 주의보로는 경기가 취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해로운 물질이다.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미세먼지 나쁨' 수준일 때는 장시간 실외활동을 삼가고 어린이,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은 실외활동 시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관중들과 선수들의 건강이 달린 이슈인 만큼 보다 세밀하고 치밀한 규정 정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어찌됐든 경기 취소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전야수나 잦은 등판을 해야하는 주력 불펜 투수들은 휴식이 반가울수도 있지만 선발투수들은 좀 다르다. 1~3선발 투수들은 5일 휴식을 기본으로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가벼운 러닝과 상체운동, 소프트 토스, 롱토스, 불펜피칭 등 짜인 루틴이 있다. 예상 못한 휴식이 끼어들면 리듬이 흐트러진다. 4선발 이하 선수 투수들은 1~3선발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 문제로 귀중한 등판 기회 자체가 날아갈 수도 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KBO 사무국도 골치가 아파진다. KBO리그 페넌트레이스는 팀당 144경기. 다른 단체 구기 종목에 비해 경기수가 많고 6개월이라는 제한된 기간안에 일정을 치러야 한다. 과거에는 9월 일정을 비워놓고 우천 등으로 순연된 경기 편성에 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가 2015년부터 144경기로 늘어났고, 특히 올해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있다. 경기 취소가 많아지면 일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방송사 역시 경기 중계에 비용이 투입되고, 경기가 취소되면 긴급 편성을 해야한다. MBC 스포츠플러스는 지난 14일 광주 경기가 우천 순연되자 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취소 이후 그라운드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경기 취소가 늘어나면서 10개 구단 모두 컨티션 조절에 애를 먹을 전망이다. 이날까지 예정된 20경기를 모두 소화한 팀은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넥센히어로즈 뿐이다. 앞으로도 미세먼지에 따른 경기 취소가 잦아질 전망이다. 오늘도 서울·인천·경기남부·충청권 미세먼지 등급이 '나쁨'으로 표시되고 있다. 초미세먼지 예보 등급은 더 좋지 않다. 서울과 경기, 광주가 '나쁨'이다. 오늘 오후 서울, 수원, 광주에서 모두 경기가 열린다. 외출자제가 요망되는 등급이 예상되는 만큼, KBO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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