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강력한 인사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018-04-1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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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인사권 강화를 위한 인사제도개혁 제언


[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미국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분권의 역사다. 미국 헌법 제2조 제2항 규정에 따르면, 막강한 대통령이라도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반드시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 동의, 즉 상원의 인준표결 결과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구속하기 때문에 상원이 부결한 공직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연방헌법 제정 당시부터 연방정부 고위공직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상원은 인준권한을 통해 이를 견제하도록 했다. 즉 상원은 각 주의 주민을 대표하는 지위를 갖고,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인준 대상 공직은 행정부의 경우 무려 1200개 가까이 된다. 각 부처 내 정무직은 장관, 부장관, 차관 및 차관보 등 서열 4위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소속 기관장과 독립행정기관장도 대상이다. 외교관은 대사, 군인은 장군, 그리고 독립위원회 위원이 포함된다. 이어서 연방수사국(FBI) 및 중앙정보국(CIA) 국장, 연방 검사 등이다. 사법부에서는 연방 법관 이상 약 900개가 대상 공직이지만 종신직이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중 지명은 약간 명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주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자 까다롭기로 유명한 상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공직에 취임한 경우라면 오히려 정책 추진이 용이할 수도 있다. 물론 해당 공직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의 인사권에도 더욱 더 권위가 실린다.

미국연방 감사원(GAO)의 설립 배경도 행정부에 대한 통제 강화, 즉 권력분산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연방재정에 대한 관리가 혼란에 빠진다. 그러자 1921년 예산회계법을 근거로 재무성 소속 회계검사 기능 및 청구기능, 그리고 재무 책임부서를 감사원으로 이전시킨다. 의회는 전시지출이 국가채무를 급증시킨 사실을 인식했고, 행정부로부터 분리된 감사원을 설치하여 연방정부 재정지출 방법을 조사할 폭넓은 권한을 부여했다. 연방정부 지출에 대해 더 많은 정보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최근에는 회계검사보다 정책감사 활동을 대폭 강화하며 정책분석 및 성과평가에 대한 새로운 공공서비스로 외연을 더욱 넓히는 중이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은 행정부 우위의 예산집행 기능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은 의회 소속으로 일하지만 독립적이고 초당적인 기관이다. 연방정부 각 기관 예산집행에 대한 회계검사 및 그 결과의 의회 보고, 행정부 예산집행의 청구권을 확정·조정하는 권한, 정부 예산 및 회계에 관한 법률해석권 등이 주요 임무다. 15년 임기인 감사원장은 연임이 불가능하며 고위공직자 임명절차에 따라 상원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석이 발생할 경우 상·하 양원은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명단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해임의 경우도 상·하 양원의 합동결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결국 미국 감사원장 인사권은 특이하게도 형식상으로만 대통령에게 있고 사실상 추천권자인 의회가 갖는다. 업무는 당파를 초월하고 균형잡힌 시각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미국은 공화-민주 양당의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인사권을 통한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건전한 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동시에 발전해왔다.

한편 매 2년마다 선거를 실시하는 미국은 주별로 최고 60여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경우도 있다. 민주주의의 과잉이라고 불릴 만큼 선거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불과 이삼천명 규모의 카운티에서도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시의원까지 뽑는다. 무엇보다도 세금 출납업무를 담당하는 재무관(주, 카운티)과 지방공무원 감시활동을 수행하는 감사관을 선출직으로 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경우 집행기관의 장은 의회로부터 통제를 받는 것 이외에도 선출직 재무관이나 감사관으로부터 매의 눈으로 감시를 당한다. 특히 서로 정당이 다를 경우 견제의 정도는 더욱 거세진다. 그렇기 때문에 부패비리는 자연스럽게 줄어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를 예를 들면 특수활동비 불법·편법 사용과 같은 예산낭비 사례는 크게 감소한다. 시간외수당을 타먹기 위한 근무시간 허위조작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 미국 현직 주지사의 10%가 재무관 또는 감사관으로 뽑혀 그 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대부분 주지사로 재선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가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한 2000년 이후 현재 60여개 직위에 대하여 청문회를 열고 있으나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20여개 직위를 제외하고는 ‘부적격 의견’을 채택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5명이 여소야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취임 초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를 바탕으로 임명을 강행했고 큰 탈 없이 지나갔다. 최근 임명된 양승동 KBS 사장 또한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실패했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의 상투적인 정치공세에 불과한 구석이 없지 않아 여론이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론정치를 계속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를 비롯해 270개에 달하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도 개방형 감사관을 두고 있으나 사실상 기관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민간통제가 이루질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민 세금 입출금을 담당하는 재무관에 대한 인사권은 아예 인사권자의 전속 권한이다. 따라서 분권은 지방분권이 포인트가 아니다. 인사권 나누기가 핵심이다. 국민 대표인 의회의 통제를 받아야 하고 더 많은 직위를 주민이 직선해야 한다. 그 좋다는 미국제를 적극 수입하는 일은 바람직하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태를 미봉책으로 넘길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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