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리스크를 예방하라. 이는 국가안보와 전체 경제발전, 중국 인민 재산 안전과 관련되는 것으로 고도의 질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돌파해야 할 중대한 관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주재한 중앙재경위원회 1차 회의에서 금융 리스크 예방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과거 중국의 금융 관리감독 체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보험관리감독위원회(보감회)·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 이른 바 '1행3회' 체제였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8월 금융안전발전위원회(금안위)를 새로 설치하고, 올해 은감회와 보감회를 은보감회로 합쳤다. 이로써 중국 금융 관리감독 체제는 기존의 1행3회에서 금안위-인민은행-은보감회·증감회, 이른바 '1위1행2회' 체제로 재편됐다. 은보감회는 지난 9일 공식 출범했다.
'시진핑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맡는 금안위가 중국 전체 거시경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가운데 인민은행과 은보감회·증감회, 즉 1행2회가 사실상 실질적 금융관리감독 역할을 맡게 된다.
1행2회 수장은 각각 이강(易綱) 인민은행 행장(총재), 궈수칭(郭樹淸) 은보감회 주석, 그리고 류스위(劉士余) 증감회 주석이다. 중국 경제전문 잡지 재경(財經)은 이들을 가리켜 '중국특색 금융관리감독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신(新) 삼두마차'라며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고 강조했다.
중국특색 금융관리감독 인선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궈수칭이 은보감회 주석과 함께 인민은행 당서기 겸 부행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은 것이다. 인민은행이 사실상 궈수칭-이강 '투톱' 체제가 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란 외부 평가가 나온다.
공산당이 국가에 우선하는 중국에선 주요 정부기관과 국유기업 산하엔 공산당 조직이 있다. 당조직 1인자인 당서기는 당의 지시를 받고 당에 보고를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당서기는 해당 정부기관이나 국유기업 대표보다 서열이 높다. 하지만 보통은 당서기와 대표를 동일한 인물이 담당한다. 전임자인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 행장도 당서기 직을 겸임했다.
이는 금융 관리감독 방면에서 인민은행 역할이 한층 확대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중앙조직부에 따르면 궈수칭은 인민은행에서 인사와 당 업무·개혁 등을 담당하고, 이강은 행장으로서 실질적인 일상 업무를 담당하며 분업이 이뤄진다.
특히 궈수칭은 인민은행과 은보감회간 업무 조율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금융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금융관리감독 기구 재편에서 부처간 업무조율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겼다는 걸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업계는 신 삼두마차가 향후 금융 관리감독 업무 정책 조율, 부처간 소통 원활, 정보공유 등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금융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정책 업무 중복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뼛속'까지 인민은행人…이강 인민은행 행장
15년간 재임한 최장수 인민은행 총재 저우샤오촨의 뒤를 이은 이강 행장은 1997년부터 20년 넘게 인민은행에 몸 담았다.
인민은행 행장조리를 거쳐 2007년부터 10년 넘게 인민은행 부행장을 맡으며 저우 전 총재와 발맞춰 금융·통화정책 개혁을 함께 해왔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외환관리국 국장도 겸임해 인민은행 업무에 그만큼 빠삭한 인물도 없다.
미국 유학파 교수 출신인 그는 영어도 유창하고 국제적 경험도 많은 엘리트 관료다. 베이징대 경제학과와 미국 미네소타주 햄린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1986~1994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중국으로 돌아와 1994~1997년까지 베이징대 교수로 재임했다. 중국 최초 유학파 경제학 박사 출신 인민은행 행장이기도 하다.
성쑹청(盛松成) 전 인민은행 조사통계사(司·국) 사장(국장)은 "중국의 전형적인 지식인으로, 정직하고 실사구시적이고, 진실해서 사리사욕도 챙기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업무처리도 효율적"이라고 이 행장을 평가했다.
한 권위있는 통화정책 전문가는 "완전한 서양 경제학 교육을 받은 이 행장은 이론에 정통하고 영어도 능통하다"며 "그가 인민은행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학계에서는 이 행장이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며 안정성을 중시하면서도 금융 개혁개방을 적절한 속도로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금융 관리감독 기구 재편으로 인민은행은 기존의 통화정책, 거시건전성 정책 제정, 은보감회·증감회 관리감독 업무 조율 역할 이외에 은행·보험업의 중요한 법률 제정 업무를 관할하고 금융리스크를 예방하는 중책까지 주어졌다. 인민은행의 중요성이 한층 더 두드러지면서다.
특히 중국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경제성장률 둔화, 자본 유출 불안정, 미국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 국내외 복잡한 형세 속에서 그는 복잡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는 은행권 신용대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게 된다. 저우 전 총재도 은퇴를 앞두고 중국 기업부채 급증, 금융시스템적 리스크 발발 가능성 등 중국 금융 리스크에 경고음을 낸 바 있다.
2017년말 기준으로 중국은행권 총자산이 GDP의 3배를 웃돈다. 이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융위기 발발 위험성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자은행이 그 배후에 있다. 2016년말 기준 중국 은행권 대차대조표에 표시되지 않은 자산이 253억5200만 위안으로,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232조2500억 위안)보다 더 많다.
이밖에 위안화 국제화와 금리·환율 시장화도 이 행장이 장기적으로 맞닥뜨릴 과제다. 위안화 국제화는 실제로 2014년 이후 점차 뒷걸음질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2016년 하반기 중국이 자본유출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제 결제시장에서 사용된 위안화 비중은 1.61%로, 결제 비중 순위는 전년보다 한 단계 밀린 6위였다.
◆금융업 휩쓴 '궈씨돌풍'···궈수칭 은보감회 주석
궈수칭 은보감회 주석은 중국특색 금융관리감독의 '키맨'이다. 그는 은감회·보감회가 합쳐진 은보감회 주석 중책과 더불어 인민은행 당서기라는 중책을 맡았다. 궈수칭과 이강은 과거 부행장, 행장조리로 인민은행에서 4년간 함께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어 시장은 궈·이 콤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56년 8월생 네이멍구 출신으로, 톈진 난카이(南開)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인민대 경제학 석사를 거쳐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비교사회주의체제(사회주의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국가계획위원회(지금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로 배치받아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재정부장 등과 함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주도하는 국유은행 개혁 작업 등에 참여하며 ‘주룽지 사단’에 합류했다. 그가 대표적인 친시장개혁파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 행장과 비교하면 궈 주석의 이력은 다양하다. 국가외환관리국 국장과 인민은행 부총재를 역임했으며, 건설은행장, 증감회 주석 등을 역임했다. 구이저우성 부성장, 산둥성 성장으로 재직하며 지방 행정경험도 쌓았다.
특히 그는 2005년 3월 주식제 개혁을 추진하던 건설은행의 회장이 비리 혐의로 돌연 낙마하면서 소방수로 투입됐다. 궈 주석은 재임 216일 만에 건설은행의 홍콩 증시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는 등 능력을 발휘했다.
이후 그가 옮겨간 곳은 증감회 주석이다. 궈 주석은 취임 첫 공개연설에서 "좀도둑이 배추를 훔쳐도 질책받는데 개미투자자 돈을 훔쳐도 발각되지 않는다"며 주식시장에 만연한 내부거래·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를 엄히 단속해 처벌했다.
보도에 따르면 증감회 주석 재임기간 그가 발표한 규칙·통지만 70개다. 1주일에 1개씩 내놓은 것. 주식발행등록제 등 증시 개혁 조치도 추진했다. 사람들은 '궈씨 돌풍'이 증감회에 불어닥쳤다고 평가했다. 주식발행등록제 등 과감한 증시 개혁 조치도 추진했다.
이후 그는 2013년 3월부터 약 4년간 산둥성 부성장, 성장으로 재임한 후 2017년 2월 베이징으로 다시 돌아와 은감회 주석에 임명됐다. 궈씨 돌풍은 은감회를 다시 휩쓸었다.
지난해 2월말 은감회 주석으로 부임한 궈 주임은 그림자 금융을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며 은행권에 만연한 불법어음 조작, 부실대출 은폐, 관리감독 위반, 부당한 수수료 수수, 거시조절정책 위반 등 행위도 단속했다. 2017년말 기준 은감회는 모두 3452장 벌금딱지를 발급하고, 1877개 기관의 1547명을 처벌했다. 벌금액만 30억 위안으로, 이는 2016년의 10배 수준이었다.
은행주주관리, 금융상품 혁신, 부실자산, 유동성관리. 신용리스크 관리 등 방면에서 26개 중점계획도 쏟아냈다. 중국의 한 은행 관계자는 궈가 1년 전 은감회 주석으로 취임할 당시 약속했던 주요 개혁조치를 1년내 모두 완수하면서도 은행권에 파동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2017년 한해 은행권 신규대출은 12.6% 늘어난 반면 은행업 총자산은 8.7%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증가율에서 7.1%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실물경제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됐지만 전체 은행업 총자산은 2016년과 비교해 16조 위안이 덜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은행업뿐만 아니라 보험업까지 관리감독해야 하는 궈 주석의 어깨도 무겁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안방보험 사태'에서 보듯 보험업에 만연한 금융 리스크를 예방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화산분출구'에서도 건재···류스위 증감회 주석
지난 2016년초 서킷브레이커 사태로 중국증시가 폭락하면서 샤오강(肖剛) 전 증감회 주석이 물러나고 소방수로 투입된 게 류스위 증감회 주석이다.
중국에서 증감회 주석은 ‘화산분출구(火山口)’에 앉아있다고 표현한다. 주식이 폭락하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맞는 자리인만큼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그는 2년 넘게 '화산분출구'에서 거뜬히 앉아있다. 앞서 올 양회에서 그가 지방행정 수장으로 옮겨가며 증감회 주석 교체설이 돌았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6년 2월 류 주석이 취임하자마자 주어진 임무는 폭락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폭락을 주도한 게 투기세력으로 봤다. 그는 “개인투자자 피를 빨아먹는 '악어(투기세력)'를 뿌리뽑겠다”며 불법 투기행위 단속에 나섰다. 지난 한 해에만 증감회는 관리감독 단속을 통해 224건 행정처벌을 내렸고 벌금액만 74억7900만 위안에 달했다. 올 초엔 베이다다(北大道)오 그룹은 시장조작혐의로 중국 증시 사상 최대 액수인 55억 위안 ‘벌금폭탄’을 맞았다.
상장사 퇴출규정을 엄격히 해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등 상장사에 대한 관리감독 고삐를 조이고 투자자 보호조치도 강화했다. 덕분에 보험사의 레버리지를 통한 상장사 지분 대량 매입, 껍데기 기업을 통한 우회상장, '짠돌이 배당' 등 증시에 만연한 문제 등이 서서히 해결되는 중이다.
1961년생 장쑤성 출신으로 칭화대 수리공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 건설은행 등에서 근무했다. 1996년부터 인민은행에서 18년간 근무하며 은행사, 금융안정국, 결제사 등 부처를 두루 거치고 부행장까지 올랐다. 2015년부터 1년 반 가까이 농업은행 회장으로도 근무했다.
류 주석에 대한 평가는 "이해관계에서 균형과 조율능력이 탁월하다”, “감성지수(EQ)가 비교적 높다”, “정치를 잘 한다" 등이다. 그가 이끄는 증감회는 오늘날 관리감독을 더욱 융통성 있게, 더욱 실정에 맞게 하면서 시장·여론과 원활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특색 금융관리감독 체제에서 증감회는 여전히 독립성을 유지하게 됐다. 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자본시장 개방과 발전, 직접금융 확대, 다원화된 자본시장 체제 완비, 엄격한 관리감독,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지원 역할을 중요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류 주석이 그동안 자본시장 안정과 리스크 예방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중국경제가 고도의 질적 성장, 신경제 발전을 외치고 있는 걸 기회로 삼아 자본시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중국을 자본시장 강국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올 들어 유니콘 기업 상장을 지원사격하고, 알리바바처럼 해외 상장한 기업이 중국 본토 증시에 회귀할 수 있도록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와 유사한 중국예탁증서(CDR)를 도입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동시에 금융 개혁개방으로 자본시장 관리감독도 한층 어려워질 것인만큼 류 주석의 어깨도 무겁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자본시장 개혁의 중대한 조치로 평가 받는 주식등록발행제 추진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현재 중국 증시의 상장제도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심사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등록제로 바꿔서IPO 예정 기업들이 관련 서류를 제출해 서류의 적격 여부만 검증받으면 증감회 등록 절차만 밟아 곧바로 상장할 수 있는 게 주식등록발행제다.
주식등록발행제는 원래 올초 도입 예정이었으나 최근 류 주석은 “아직 시행하기엔 자본시장이 부족한 점이 많다”며 "시행을 2년 후로 미룬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