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논리를 앞세워 청산한 한진해운 등이 해운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렸으니, 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등은 산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서 구조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STX조선 노사는 '데드라인'을 하루 넘긴 10일 오후 6시에야 채권단에 노사확약서와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STX조선이 제출한 확약서는 실효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산은은 인력의 75%를 줄여야 한다고 통보했지만, STX조선 측은 인력 구조조정 대신 무급휴직과 임금·상여금 삭감 등을 통해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는 자구계획안을 내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이번 정부에서 '갈 데까지 가도록'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대규모 인력감축, 협력업체의 경영난 등 '도미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하늘만 바라보는 꼴이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우건설과 KDB생명은 잇따라 매각에 실패하면서 기업 가치가 더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GM은 시작부터 협의가 삐그덕거리면서 철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더블스타에 넘어간 금호타이어는 3년간의 고용을 약속받았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일자리를 볼모로 잡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로 인해 정부를 비롯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은 획일적인 잣대가 아니라 산업별 특성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금융논리와 산업논리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시장은 정책의 일관성을 의심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한 충분한 의견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