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주권 수호] 흔들리는 환율 주권, '닉슨쇼크·플라자 합의' 악몽 재연되나

2018-04-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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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합의 속 환율 연계 여부 한국·미국 주장 엇갈려

FTA와 별개 사안 협의인지는 중요치 않아…외환시장 개업 억제 MOU에 원화강세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을 죽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내뱉은 말이다. 사실상 중국·일본·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을 상대로 환율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엔 '대미 흑자국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위험성을 드러냈다. 미국은 한·미FTA 개정 및 철강관세 협상을 하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외환시장 개입 억제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한·미FTA 협상을 담당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새 무역정책과 국가 안보를 위한 한국 정부와의 협상 성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4가지 성과 중 하나가 '환율 합의'(Currency Agreement)라고 밝혔다.

USTR은 "무역과 투자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촉진하기 위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확고한 조항에 대한 합의(양해각서)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즉시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미국과의 환율협의의 경우, 한·미FTA와 별개라며 이를 한·미FTA와 관계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환율문제는 외환위기를 두 차례 겪은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민감해 대외적 협상 대상이다. 정치적으로나 국민 감정상 받아들일 수 없고, 국내 거시경제 변수를 실물분야 관세이행 문제를 다루는 한·미FTA에서 협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율 협의가 FTA와 별개의 사안으로 협의가 이뤄진 것인지 등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내용상 패키지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딜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미국이 우리 정부와 외환시장 개입 억제와 관련, 양해각서를 맺는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춰 '제2의 닉슨쇼크', '제2의 플라자 합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한다.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과거 '닉슨 쇼크' 발생 당시의 정책과 유사한 점을 보인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71년 8월15일 폭탄선언을 했다. 금을 더 이상 내주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화폐 증발정책을 계속하려고 족쇄를 푼 것이다. 모든 수입품에는 10% 관세를 매겼다.

당시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중남미 등에 큰 타격을 줬고, 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로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

일본의 경우 엔·달러 환율이 7% 상승하고, 관세가 10%까지 부과되자 미국내 일본 제품 가격이 17%까지 상승했다.

수출에 기반을 둔 우리나라 역시 1971년 3분기 11.3%였던 경제성장률이 같은 해 4분기에 6%, 1972년 1분기엔 5.3%까지 하락하는 등 닉슨쇼크 영향권에 들어갔다.

특히 만약 정부가 미국과 외환시장 개입을 억제하는 내용의 '환율합의'를 할 경우 '제2의 플라자합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일본은 1985년 달러화 강세를 우려한 미국의 압박으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를 대폭 평가절상하는 내용의 플라자합의를 체결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당 240엔에서 120엔으로 폭등했다.

이후 일본은 수출 경쟁력을 잃고, 20년간 장기 경기침체를 겪어야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비슷한 합의를 할 경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이처럼 환율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세부과보다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세는 철강·자동차 등 특정 부문에만 적용되지만, 환율은 모든 수출·수입 물품에 적용된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원화강세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FTA 협상과 환율은 별개 문제지만 (환율) 얘기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미국의 주장에) 반박 논리를 잘 만들어 강경하게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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